중국의 각 지방정부가 지난해 발행한 채권 규모가 3조8000억위안(약 67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독자적인 지방채 발행을 허용한 지 1년 만에 그 규모가 중국 전체 채권 발행액의 3분의 1 수준에 육박한 것이다. 중국의 지방채 시장은 앞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투자자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지방채시장 5년 내 7배 성장"…군침 흘리는 외국인 투자자들
○지방채 시장 5년 내 25조위안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지방채 시장이 개설 1년차인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이징 소재 컨설팅회사 노스스퀘어블루오크(NSBO) 분석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3조8000억위안 규모의 지방채가 발행됐다. 이 중 3조2000억위안이 중국 정부가 시행한 ‘지방정부 채무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발행된 것이다.

중국 지방정부는 2014년까지 독자적으로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지방정부는 그동안 이런 식으로 발행한 자금을 각종 인프라 투자 등에 써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는 2008년 말 5조6000억위안이던 것이 작년 6월 말 18조위안으로 늘어났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방정부 부채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야기할 수 있는 핵심 위험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일부 지방정부를 시작으로 독자적인 지방채 발행을 허용해줬다. LGFV를 통해 조달한 부채를 금리가 더 싸고 만기가 긴 지방채 발행으로 갚을 수 있도록 하는 지방정무 채무교환 프로그램도 시행했다.

NSBO는 2020년까지 지방정부 채무교환 프로그램으로 발행될 지방채 규모가 25조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채, 中 채권시장 발전 부수효과

FT는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성한 지방채 시장이 중국 채권시장 발전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LGFV를 통해 발행한 채권은 편법으로 발행되다 보니 정확한 통계가 존재하지 않았고, 채권 만기도 3~5년 정도로 짧았다.

지방채는 합법적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발행 규모를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고, 만기도 3~10년으로 다양해 지방정부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금까지 지방채를 인수한 주체는 중국 기관투자가였지만 향후 발행 규모를 감안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중국 정부도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채권시장 참여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리 가오 피치 이사는 “지방채는 LGFV가 발행한 채권보다 금리 수준이 최소 0.3%포인트 낮지만 중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대체재로 여길 만큼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며 일부 글로벌 투자자가 중국 지방채 투자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FT는 그러나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는 곳은 31개 성(省)정부와 다롄 칭다오 샤먼 선전 등 일부 부자 도시에 국한된다”며 “지방채 시장 성장을 위해 좀 더 많은 지방정부에 채권 발행을 허용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