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감소폭 0.2%→2.0%→6.8%
순이익은 13조원 증가…'불황형 흑자' 심화

국내 대기업들의 매출액이 3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표 산업이던 철강·조선·석유·화학업종이 대내외 악재로 고전하고, 그나마 버텨 온 전자·자동차도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부활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는 통계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65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지난해 매출액은 1천403조4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8%(101조7천억원) 감소했다.

이로써 대기업 매출액은 2013년부터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매출액 감소 폭은 2013년 0.2%, 2014년 2.0% 등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대기업 매출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저유가다.

SK, GS, 한국가스공사 등이 판매하는 석유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매출액도 줄었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한 해 동안 감소한 대기업 매출액 100조원 가운데 70조원 가량이 유가 하락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철강업종 실적 부진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소멸법인인 삼성물산의 지난해 1∼8월 매출액이 회계에 반영되지 않은 점도 매출액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매출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대기업은 삼성으로 1년 새 32조6천억원이 줄었다.

SK(-27조6천억원), GS(-11조3천억원), 한국가스공사(-11조3천억원), 에쓰-오일(-10조7천억원)이 뒤를 이었다.

매출액 감소를 겪는 것은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2014년엔 국내 전체 기업의 연간 매출액이 2006년 통계청 조사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바 있다.

수출 경기가 꺾이면서 일어난 일이다.

대기업들의 매출액이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3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65개 대기업집단의 지난해 순이익은 54조9천억원으로 12조8천원 늘었다,
2012년 57조8천억원이던 순이익은 2013년 47조8천억원, 2014년 42조1천억원으로 감소했었다.

대기업들의 순이익이 개선된 것은 국제유가가 떨어져 석유 관련 사업 수익성이 좋아지고,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온 기업들이 자산을 대거 매각했기 때문이다.

서울 삼성동 부지를 현대차에 10조5천억원에 매각한 한국전력공사의 순이익 증가 폭(11조1천억원)이 가장 컸다.

그다음으로 SK 순이익이 7조9천억원 늘었고,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산 매각에 나선 동부도 2조3천억원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비용 감축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불황형 흑자'인 셈이다.

상위 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추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총액 기준 1∼4위인 삼성·현대차·SK·LG가 30대 민간 기업집단(공기업 제외)에서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은 55.8%였다.

2012년 52.2%에서 꾸준히 높아졌다.

최근 5년간 1∼4위 그룹 매출액이 1.5% 감소하는 동안 5∼10위 그룹은 7.9%, 11∼30위 그룹은 22.5% 줄어 감소 폭이 훨씬 컸다.

1∼4위 그룹 순이익은 30대 민간기업 전체 순이익의 90.9%를 차지했다.

상위그룹 순이익이 개선된 반면 11∼30위 그룹 순이익은 2년 연속으로 줄었다.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