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일자리 창출·소비세 인하 필요…신산업도 발굴해야"

정책팀 =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투자 비중이 뚝 떨어진 것은 기업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가계 심리도 불안해지면서 민간소비 역시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감소하면 가계 소득이 따라 줄며 소비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이는 다시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려 기업 활동을 짓누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투자를 뜻하는 총고정자본형성의 GDP 대비 비중은 29.1%에 그쳤는데, 이는 197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의 투자 위축은 은행 잔고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살펴보면 작년 말 기업이 국내 은행에 예금한 잔액은 348조원으로 1년 전보다 8.3%(26조7천억원) 증가했다.

기업의 은행예금 증가율은 2014년(3.4%)보다 훨씬 높다.

2011년(10.5%)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다.

기업들은 세계 경기 둔화와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제조업 경기가 부진에 빠지면서 투자를 줄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서도 설비투자는 두달 연속 감소세다.

작년 1월부터 수출 감소세가 1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과감한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계도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서 경기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GDP 대비 민간소비는 1988년 이후 최저치인 49.5%를 기록했는데, 일자리 불안이 심화하는 가운데 주거비 부담과 부채, 고령화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기업투자가 늘며 가계의 소비여력을 키우고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깨지는 기미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껏 기업 소득과 가계 소득의 선순환을 유도해왔던 정책의 약발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014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얻은 수익 중 배당이나 투자, 임금 증가에 쓰지 않은 돈에 과세해 기업들이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보탬이 되는 정책을 유도해왔다.

기업의 성장 과실을 가계로 흘러들어 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기업 소득마저 줄어들면 이 같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생산을 많이 하고 제품이 잘 팔려야 가계와 기업의 배가 불린다"며 "첫 번째 고리인 생산 과정부터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가계로 내려갈 게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와 소득 등 어느 한 군데서라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을 만들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팀장은 "경제활동에 여성의 참여율을 높여 소득을 늘릴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며 "파격적인 소비세 인하 등으로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의 투자를 위해서는 수도권 입지 산업단지나 연구단지에 관한 규제를 풀어주는 등 기업의 투자 심리를 살릴만한 시그널을 보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 교수는 "산업 부문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야 한다"며 " 노동자들이 신산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재훈련도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