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감소폭도 두달째 줄어…경기개선 기대감 확대
'회복세 판단 이르다' 지적도

부진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지표들이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어 주목된다.

내수와 수출에 관한 경제지표에서 개선 조짐이 나타나 일각에서는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제조업 매출지수 중 내수판매는 80으로 전월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작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지고 나서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제조업 내수판매지수는 전국 제조업체 약 1천700개를 대상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국내에서 판매한 매출 규모를 설문한 결과다.

작년 5월에 83을 기록했다가 6월에는 메르스로 내수가 얼어붙으면서 73까지 급락했고 7월에 76으로 회복됐지만 줄곧 70대 중후반에서 밑돌았다.

아직 기준치인 100을 밑돌아 부정적인 응답이 더 많지만 메르스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1, 2월보다 기업들의 내수심리가 나아졌다"며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철강제품 가격 상승,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대외적 불확실성 완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BSI는 경기 흐름을 반영한 선행지표이기 때문에 앞으로 발표될 기업들의 내수판매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서는 내수판매 실적 향상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완성차 5개 업체의 3월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7% 급증한 14만8천848대로 집계됐다.

불확실한 경제 전망으로 얼어붙었던 가계의 소비심리가 개선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한은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으로 2월(98)보다 2포인트 오르면서 4개월 만에 상승했다.

수출 지표도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수출액이 430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8.2%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 수출 감소폭은 6년 5개월 만에 최대(-18.9%)를 기록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가 감소폭이 2월(-12.2%)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이다.

수출이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하락세가 다소 주춤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유가 반등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지연으로 인한 국제금융시장 안정 등 대외여건 개선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또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줄이고 있다.

통계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0% 올라 2월부터 두 달 연속 1%대를 나타냈다.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상황에서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심리 개선세가 이어지고 수출 하락세가 진정되면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정부와 한은에서도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연초 위축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 하루 전인 30일 이주열 한은 총재도 취임 2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소비심리도 조금 개선되는 등 일부 긍정적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2분기 이후 성장경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국제금융시장의 큰 변동성 등 악재가 많아서 아직 회복세를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중국 경제의 하락으로 세계 경제가 어렵고 우리나라 경기도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으로 진단하고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