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2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보였다. 장바구니 물가가 두 자릿수 이상 큰 폭으로 뛰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물가 1%’는 일종의 착시다. 저유가로 인해 전기·수도·가스요금, 교통비 등이 하락하면서 상승세를 억누른 요인이 컸다. 지난해 이어지던 ‘물가 0%대’를 벗어난 데다 국제 유가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어 그동안 제기된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에서 탈출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4년 12월부터 11개월 연속 0%대에 머물다 지난해 말 1%대로 반짝 상승했다. 올해 1월 들어 다시 0.8%로 주춤했지만 2월(1.3%)부터는 두 달 연속 1%대를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 등 일시적 변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도 3개월 연속 1% 후반대다.
꿈틀대는 소비자물가…두 달째 1%대↑
농·축·수산물 등 신선식품과 전·월세 등 생활에 밀접한 품목의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양파(99.1%), 파(49.8%), 마늘(47.1%) 등 농·축·수산물(5.4%)은 1월 폭설과 한파 영향이 이어져 급등세를 보였다. 전세와 월세는 각각 4.0%, 0.4% 상승했다.

하지만 계속된 저유가로 석유류 제품(-12.4%), 전기·수도·가스값(-8.0%) 등이 하락해 전체 물가 상승폭을 억제했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국제 유가가 국내 물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1~2개월 정도”라며 “국제 유가 반등세를 감안하면 석유류 가스 요금도 조만간 오름세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저물가 탈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물건값이 오르지 않으면 당장 가계에 유리할 수 있지만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기업과 가계 모두 힘들어진다. 정부는 올해부터 실질성장률뿐 아니라 물가를 포함한 경상성장률을 함께 관리하기로 했다. 물가가 오르면 경상성장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한국은행도 2016~2018년의 중기 물가목표를 2%로 정했다. 과거엔 물가 상승을 경계했지만 지금은 거꾸로 물가 하락을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