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아닌 장난감 업계 '유튜브 마케팅'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보는 채널은 뭘까. 유명 가수의 뮤직비디오나 웃긴 동영상 같은 것? 물론 그런 것도 많이 보지만, 유튜브 시청목록 상위 10위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항목이 있다. 아이들을 겨냥한 장난감 풀어보기(언박싱) 동영상이다.

막상 보면 좀 실망할 수도 있다. 평범한 아이가 나와서 “이 장난감은 정말 멋져요!”라며 자기 장난감을 흔들어 보이고 하나하나 설명하며 노는 것뿐이다. 아이가 아예 안 나오고 벽돌 장난감인 레고나 색깔 찰흙 장난감인 플레이도 등을 조몰락거리는 손가락만 보여주는 동영상도 많다.

그런데도 올렸다 하면 수백만, 수천만명이 시청한다. 이른바 ‘키즈 콘텐츠 채널’이 되는 것이다. 자녀와 노는 모습을 찍어 올리는 아마추어로 시작해 프로가 된 이들이 수두룩하다.

미국 뉴저지의 멜리사 헌터(사진 왼쪽)는 부동산 중개업을 그만두고 딸·남편과 동영상 제작에 매진하고 있다. 아예 35개 채널을 가진 ‘패밀리 비디오 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유튜브의 파트너로 등록해서 구글애드 광고가 동영상에 노출되도록 하면 이로 인해 발생한 수익의 45%를 받을 수 있다고 그는 블룸버그통신에 설명했다.

장난감 업계가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겨울왕국’의 디즈니와 ‘스펀지밥’을 갖고 있는 바이어컴은 지난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유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조직을 경쟁적으로 출범시켰다.

일반인들을 참여시켜 오래된 캐릭터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기도 한다. 세계 최대 장난감 회사인 마텔은 1954년 이후로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던 ‘아메리칸 걸’ 라인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해 콘테스트를 열었다. 아메리칸 걸을 주인공으로 하는 단편영화를 찍기 위해 스토리부터 배우 선정에 이르기까지 사용자 참여 형식(크라우드 소싱)으로 진행했다. 이 과정은 모두 홈페이지에 중계되며 21세기에 맞는 진취적이고 당당한 새로운 아메리칸 걸의 이미지를 만들고 팬덤을 부활시켰다.

레고도 유튜브에 레고 채널을 운영하면서 주요 제품 라인업의 상황을 표현한 만화를 끊임없이 올린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2014년 세계적으로 히트한 영화 ‘레고 무비’도 레고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데 한몫했다.

소셜미디어에 유통시킬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광고회사 컷워터의 척 맥브라이드 대표는 FT에 “사람들이 즐길 만한 콘텐츠를 소셜미디어나 전통미디어에 계속 채워줘야 한다”며 “단편적인 TV 광고 같은 게 아니고 스마트폰에서 보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만한 콘텐츠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회사들은 이를 위해 작가와 편집자, 광고 전문가를 별도로 고용하기도 한다. 프리랜서 작가를 회사에 연결해주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콘텐틀리는 지난해 미국에서 이 같은 ‘콘텐츠 마케팅’에 쓰인 돈이 500억달러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산했다. 바야흐로 소비자의 공감을 ‘기획’하는 시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