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미국 온라인 인테리어 쇼핑몰 ‘웨이페어’는 시장 예상보다 훨씬 좋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4억3840만달러의 매출과 주당 29센트 손실을 예상했는데 실제 매출은 4억9200만달러에 이르렀고, 손실 규모(주당 23센트)도 작았다. 뉴욕증시에서 웨이페어 주가는 하루 만에 20%나 뛰었다.

‘이런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이 같은 바람이 펀드매니저와 투자자들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건 아니다. 일부 펀드매니저는 웨이페어의 ‘깜짝실적’을 예측하고 있었다. 빅데이터 회사 싱크넘의 자료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에서 웨이페어 앱(응용프로그램) 다운로드 횟수가 늘고 소비자의 긍정적인 사용 후기가 많았던 게 판단 근거였다.
펀드매니저, 위성사진까지 분석…'+α 수익' 정보전쟁
◆공식 발표 전에 정보 확보한다

펀드매니저들은 통상 회사가 제출한 사업보고서나 실적 발표자료 등에 의존해 투자한다. 그러면서도 시장평균보다 높은 수익률(+α)을 추구하는 이들은 늘 특별한 정보, 살아 있는 정보에 목말라 한다. 그동안 이런 데이터를 구하기 위해 신참 애널리스트를 쇼핑몰에 보내 상품판매 동향을 확인하거나, 자동차 딜러에게 연락해 신차에 대한 시장 반응을 확인하곤 했다.

신참 애널리스트가 하던 일을 이제 빅데이터가 대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싱크넘은 개인 간(P2P) 대출업체 렌딩클럽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대출실적을 집계해 보여준다. 굳이 렌딩클럽의 실적 발표시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앱 다운로드 횟수뿐 아니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 수, 홈페이지 방문자 수 등도 특정 회사나 상품·서비스에 대한 시장 반응을 측정할 수 있는 좋은 지표다.

대규모 정부 계약건을 어느 회사가 따낼지 빅데이터로 예측하기도 한다. 미국 워싱턴의 보글후드라는 회사는 미국 정부와 로비스트가 제공한 정보를 가공해 로비력이 높은 곳을 판단해 알려준다. 승률이 높은 회사에 베팅하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도 크다.

◆中 경기도 빅데이터로 판단한다

특정 기업이 아니라 전체 경기 동향 파악에도 빅데이터가 유리하다. 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출신인 에멧 킬더프가 설립한 이글알파는 운송·물류분야의 최신 계약정보를 반영해 글로벌 물류 동향을 계속 업데이트해준다. 각국 정부, 기관의 월별·분기별 수치가 나오기 전에 상황을 실시간으로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위성사진으로 경기 동향을 가늠하기도 한다. 정부 통계가 너무 좋게 부풀려졌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중국 위성사진 수요가 특히 많다. 미국의 스페이스노우는 중국 50만㎢ 지역 내 6000여개 산업시설을 위성사진으로 판독해 중국 제조업 현황을 실시간 지수로 표시해준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서 “우리는 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 기관”이라며 중국 정부의 입김 없이 있는 그대로 중국 경제 동향을 알 수 있다고 홍보한다.

아예 빅데이터 회사가 직접 투자자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카고메트릭스는 원래 위성 이미지를 판독한 데이터나 해운 데이터를 헤지펀드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회사였는데 지난해 1월 직접 헤지펀드를 차렸다.

도이치뱅크는 “빅데이터는 복잡하고 양이 많아 다루거나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만 투자 포트폴리오 담당자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