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열린 ‘2016 대구국제섬유박람회’에서 슈퍼섬유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제공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열린 ‘2016 대구국제섬유박람회’에서 슈퍼섬유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제공
사양길을 걷던 대구지역 섬유산업이 부활하고 있다. 탄소섬유 등 슈퍼섬유를 기반으로 한 산업용 섬유기업이 증가하는 등 대구지역 섬유산업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중국에 밀려 추락하던 중소 의류 섬유업체가 재도약에 성공한 사례도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5년 전부터 정부와 대구시가 14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한 슈퍼소재융합제품산업화 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보다 가볍고 강도가 센 탄소섬유, 아라미드 등 슈퍼섬유는 비행기 자동차 반도체 등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슈퍼섬유 중기가 뜬다

대구에 있는 운동화 원단업체 욱성은 고기능 슈퍼섬유 일종인 초고분자 폴리에틸렌(PE)으로 제작한 차량용 스노커버로 지난 3년간 60억원의 매출(누적 기준)을 올렸다. 기존 금속 스노체인보다 가격이 두 배로 비싸지만 가볍고 탈착이 쉬워 여성, 노인 운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중국 일본에 이어 미국 캐나다 등 해외시장으로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욱성이 슈퍼섬유 분야로 눈을 돌린 것은 2006년이다. 초기에는 일반 섬유보다 인장 강도가 높은 슈퍼섬유로 직조하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그러다 섬유개발연구원의 기술 지원을 받아 3년 전 개발을 마쳤다. 이 회사의 김기욱 이사는 “스노커버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회사 사업 구조를 고기능성 섬유 분야로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산소호흡기 탱크 등을 제조하는 삼우기업, 컨베이어 벨트 소재를 생산하는 보우 등도 슈퍼섬유로 재도약하는 사례로 꼽힌다. 삼우기업 관계자는 “슈퍼섬유 사업으로 지난해 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이 늘면서 수출 비중이 3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부활하는 대구 섬유산업

대구지역 산업용 섬유기업은 2010년 230개에서 지난해 480개로 5년 새 두 배로 늘었다. 산업용 섬유 생산 비중도 20% 안팎에서 30%로 높아졌다. 복진선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산업용섬유연구본부장은 “의류용 섬유 중심이던 대구지역 섬유산업 지형도가 고부가의 산업용 섬유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섬유산업이 최근 재조명받는 배경에는 2010년부터 정부와 대구시가 1404억원을 투입한 슈퍼소재융합제품산업화 사업이 있다.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의류용 섬유산업에서 탈피해 아라미드 탄소섬유 등 슈퍼섬유로 산업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였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를 슈퍼섬유도시로 바꾸자고 제안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대구경제살리기위원회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2016 대구국제섬유박람회’를 찾아 슈퍼섬유를 기반으로 부활하고 있는 대구 섬유산업 현장을 둘러봤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슈퍼소재융합제품산업화사업 지원으로 206건의 사업화가 이뤄졌고, 485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누적 매출은 788억원, 수출액은 1630만달러로 추정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2200여억원을 들여 대구를 거점으로 산업용 섬유 신소재를 개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철강 전자통신 스포츠레저 건축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 슈퍼섬유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복 본부장은 “고부가 산업용 섬유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대구지역 섬유산업 생태계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