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핑턴포스트·호주언론 탐사보도…"부패, 사회 불균형 불러"

삼성과 현대, 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동 석유산업의 부패에 연루됐음을 시사하는 기밀 자료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고 허핑턴포스트와 시드니모닝헤럴드가 31일 보도했다.

두 매체는 6개월에 걸친 공동 취재를 통해 2002년부터 2012년 사이에 나온 상당 분량의 이메일과 각종 문서를 분석, '뇌물 공장'(Bribe Factory)과도 같은 석유산업계의 이면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

석유산업의 부패에는 서방 기업을 상대로 한 모나코 소재 컨설팅 회사인 우나오일(Unaoil)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이들 언론의 결론이다.

이란계 영국인 아타 아사니가 설립한 이 회사는 가장 완벽한 부패의 기술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두 매체에 따르면 우나오일은 로비스트를 자처하며 다국적 기업들에는 자신들의 도움 없이는 계약을 따낼 수 없다는 불안감을 조성했다.

또 중동 국가의 유력 정치인과 관리들에게는 뇌물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며 인적망을 강화했다.

뇌물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전 정보나 수의 계약 등을 끌어내면서 수십억 달러의 정부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이들 매체의 판단이다.

우나오일과 관계를 맺은 글로벌 업체로는 삼성과 현대를 비롯해 영국의 롤스로이스, 미국의 핼리버튼, 호주의 레이튼 홀딩스 등이 지목됐다.

그 밖에도 덜 알려진 기업 상당수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기업들의 우나오일에 대한 판단은 제각각이었다.

일부는 단지 로비스트라고만 생각했고, 또다른 일부는 우나오일이 뇌물을 쓰고 있다고 의심하거나 혹은 알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일부 기업의 고위관계자는 뇌물 제공을 옹호하며 사례금 조로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도 했다.

두 매체는 우나오일이 반부패기구인 '트레이스 인터내셔널'(Trace International)로부터 2007년 인증을 받았다며 국제적 공인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석유산업의 부패가 결과적으로 불균형과 함께 세계 최빈국 일부의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고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박탈했다며 '아랍의 봄'도 이런 영향을 받은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우나오일과 관련된 것으로 지목된 기업들은 자신들이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갖고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매체는 빈곤에 허덕이는 옛소련 국가들에서 다국적기업들이 벌인 부정행위, 그리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부패 관행이 깊이 뿌리내린 이유를 앞으로 두 차례 더 보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cool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