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바이오 기술 대중화 시대…융복합산업 기회 커진다
최근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2016년 주목해야 할 10대 기술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기술 중 바이오와 관련한 것은 유전자 조작 면역세포, 유전자 조작 식물, DNA 앱(응용프로그램) 스토어 등 3개로 그 어느 때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면역세포와 DNA 앱 스토어는 실현 가능 시점을 2년 이내로 전망하고 있어 이들 기술을 응용한 획기적인 제품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실 바이오 기술 개발 역사는 짧지 않다. 1990년대 말 체세포 복제 양 돌리 이후부터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 생활에 적용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매우 유망한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기술이 정교하지 않고 개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실용적인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2개의 획기적인 발견과 발명이 이뤄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바이오 기술의 대중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선 유전자 분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면서 기술 대중화가 가능한 수준인 1000달러 수준에 근접했다는 점이다. 또 최근에 유전자의 원하는 부분을 매우 정교하게 잘라 낼 수 있는 크리스퍼(CRISPR) 가위가 발견되면서 바이오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예전에도 유전자 가위는 존재했지만 정교하지 못해 유전자 조작 과정에서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가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의도치 않은 형질 발현 가능성에 따른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크리스퍼 가위는 이런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할 수 있다. 점차 바이오 기술이 기반 기술화하면서 다른 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다양한 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의료·제약 분야에서 맞춤 의료가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금까지 대부분 의료행위는 질환별로 효과성이 검증된 약을 투약하거나 치료하는 방식이었다. 미래에는 수많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개인별로 맞춤 치료를 할 수 있다. 즉,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질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사전에 질병을 차단할 수 있다. 2013년 앤절리나 졸리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유방암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전에 치료함으로써 암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편 농업·식품 분야에서는 유전자 분석 및 조작에 기반을 둔 다양한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변형(GMO) 작물은 외부 생물체로부터 일부 유전자가 유입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작물에 원래 있던 유전자만을 활용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식품 분야에선 다양한 식물체의 단백질 분석을 통해 원하는 성분만 선택해 몸에 좋은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 벤처기업인 햄튼 크릭은 계란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단백질만을 사용하면서 기존 마요네즈보다 건강에 유익하고 더 감미로운 맛을 내는 마요네즈 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미국 식품판매 체인인 홀푸드마켓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오 사업은 살아있는 생물체를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다른 사업과 차별화되는 점이 많다. 우선 대부분 제품은 엄격한 허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소비자들은 제품에 매우 민감하다. 아무리 뛰어난 바이오 기술이라도 소비자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은 정부 등 관련 이해 당사자로 구성된 사업 생태계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바이오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정부도 이해 당사자 간 충분한 협의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보다 건실한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기돈<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