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반환점 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올해 성장률 3% 밑돌 수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건 ‘한국판 통화완화책’에 대해선 “한은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취임 2주년을 맞아 이날 한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 2월을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내수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1분기 성장세가 연초 예상보다 다소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올해 성장률이 1월 한은이 전망한 3.0%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민간 경제연구소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2% 중후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한은도 다음달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3% 아래로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총재는 “최근 국제 유가가 오르고 소비심리가 개선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했다. 그는 “주요 선진국에서 양적 완화나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했지만 한국은 이들과 상황이 다르다”며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금리 인하 시) 자본 유출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국판 통화완화책에 대해선 “특정 정당의 공약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한은이 구조조정이나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한은도 경제활력을 회복하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새누리당은 한은이 산업은행 채권과 주택담보대출 증권을 직접 인수하게끔 하는 양적 완화 방안을 제안했지만 효과 등에서 논란이 제기됐다.

다음달 말 임기가 시작되는 4명의 신임 금통위원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에 가깝다는 일부 평가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과거 발언이나 추천기관만으로 금통위원의 성향을 추측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며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기 때문에 정책을 조율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기 4년 가운데 절반을 보낸 이 총재는 “어렵지 않은 시기가 없었다”며 “현 상황을 진단하는 것과 미래 전망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