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클래스 뺨치는 신형 E클래스…중후하고도 짜릿하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의 역사는 70년에 이른다. 2차 세계대전 후 1947년부터 본격 생산된 170V가 최초 모델이다. E클래스는 지난해까지 9세대가 선보였다. E클래스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1993년이다. 한국은 E클래스의 세계 세 번째 소비국이다. 지난해 2만대 가까이 팔렸다. 벤츠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해 올초 시카고모터쇼에서 10세대 E클래스를 공개한 뒤 이달 초 한국 기자들을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초청해 E클래스 설명회 및 시승 행사를 열었다.

S클래스 뺨치는 신형 E클래스…중후하고도 짜릿하다
에스토릴 서킷에서 만난 신형 E클래스의 첫인상은 9세대와 비교해 더 중후하고 더 다이내믹해졌다. 전장은 4923㎜로 43㎜ 길어졌고 휠베이스는 65㎜ 늘었다. 반면 너비는 2㎜, 높이는 3㎜ 줄었다. 긴 후드와 쿠페형 루프는 S클래스의 이미지를 닮았다. E클래스 중 350d, 350e(하이브리드), 400 4매틱 등 다양한 모델을 고속도로, 해안도로, 비포장도로, 서킷 등에서 골고루 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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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를 달린 350d는 가솔린차에 버금갈 정도로 조용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새 차를 탔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디젤엔진 소음을 잡아주는 벤츠의 기술력을 느낄 수 있었다. 넓은 휠베이스 덕분에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도 안정감있게 달렸다.

고속도로에서는 자율주행 기능을 테스트해봤다. 우선 스티어링휠 왼쪽 뒷부분에 있는 바를 두 번 당겼다. 고속도로에서 차량 속도를 맞춰 놓는 크루즈 기능을 조작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앞에 차가 없으면 고속도로 제한 속도까지 높이고 차가 많으면 앞차와의 간격을 고려해 자동으로 속도를 늦춘다는 점에서 크루즈와는 달랐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다목적 스테레오 카메라와 센서다.

차선을 바꾸고자 한다면 방향지시등(깜빡이)만 넣으면 됐다. 왼쪽으로 넣으면 저절로 왼쪽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넣으면 오른쪽으로 갔다. 팔에 통증을 느끼는 등 운전을 하지 못할 상황이 되면 서서히 멈추는 기능도 갖췄다. 벤츠는 이 같은 자율주행 기능이 S클래스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으로 S클래스는 10초 정도 갈 수 있지만 신형 E클래스는 1분가량 달릴 수 있다고 벤츠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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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에선 400 4매틱으로 주행 성능을 점검했다. 4.2㎞의 서킷은 급격한 코너, S자 코스, 직선 구간 등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선도차가 앞에서 끌고 기자는 세 대 중 마지막 차를 몰았다. 전문 드라이버가 아닌 만큼 코너에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시속 100㎞ 안팎에서 통과가 가능했다. 시속 90㎞ 정도의 속도로 몸의 쏠림 없이 S자 코스를 빠져 나오자 직선 구간에서 강한 힘으로 튀어 나갔다.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사륜구동은 9단 자동변속기와 어울려 순식간에 속도를 시속 200㎞까지 올려 놓았다.

내리면서 살펴본 실내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2.3인치 와이드 스크린. 두 개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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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 구성됐다. 하나는 계기판, 다른 하나는 중앙정보디스플레이 역할을 한다.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한다고 했다.

자동 주차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운전자가 내려서 스마트폰을 통해 자동으로 주차하는 것이 가능했다. 한국이나 유럽처럼 주차장이 좁아 주차 후 운전자가 내리기 쉽지 않은 곳에선 유용한 기능이다. 벤츠 관계자는 자동차키 없이 삼성 스마트폰을 활용해 차문을 여닫고 시동을 켜는 시연을 해보였다. 토마스 베서 벤츠 본사 연구개발(R&D) 총괄은 “S클래스의 기능을 신형 E클래스에 상당히 담았으며 자율주행 등 일부 기능은 S클래스를 능가한다”고 말했다.

신형 E클래스는 한국에선 6월 말부터 판매된다. 200, 220d, 350d 등 6개 모델이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가격은 기존 E클래스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게 벤츠의 설명이다.

리스본=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