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임래 코스메카코리아 회장은 “뛰어난 연구개발 능력과 제조공정 혁신 등을 기반으로 글로벌 화장품 제조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조임래 코스메카코리아 회장은 “뛰어난 연구개발 능력과 제조공정 혁신 등을 기반으로 글로벌 화장품 제조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비비크림’으로 불리는 ‘블레미시 밤(Blemish Balm)’은 화장품 한류의 시초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 판매된 이래 전 세계에서 1억여개가 팔렸다. 이 제품은 당시 설립된 지 6년밖에 안된 국내 중소기업 코스메카코리아가 만들었다. 19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수출 비중은 30%에 이른다.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사는 조임래 코스메카코리아 회장을 ‘제87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으로 선정했다.

◆바쁜 직장 여성을 겨냥한 화장품

K뷰티 원조 '비비크림'1억개 불티
“콜마와 코스맥스가 양분한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겁니까.”

조 회장이 창업했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이미 10년 가까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조 회장은 기죽지 않고 “기존 시장을 뒤엎을 만한 우리만의 제품으로 승부하겠다”고 답했다.

연구개발(R&D)은 자신 있었다. 조 회장은 1978년 화장품 업체 피어리스에 입사한 뒤 화장품 개발만 했다. 1992년에는 한국콜마 초대 연구소장도 지냈다. 5년간 R&D와 임상시험을 거쳐 2005년 ‘비비크림’을 내놨다.

처음엔 관심을 끌지 못했다. 화장품 유통업체 한스킨이 2007년 홈쇼핑에 제품을 선보이면서 물꼬가 트였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자 일본 등 해외에서도 주문이 밀려들었다. 한스킨이 장사가 될 것 같자 독점 계약을 요구했다. 조 회장은 거절했다. OEM 업체가 성장하려면 한 곳에만 납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스킨 상표를 단 비비크림이 해외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던 때였다.

◆품질로 소비자를 내 편으로

계약을 끊은 한스킨은 다른 회사에 생산을 의뢰했다. 조 회장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품질을 믿고 버텼다. 한스킨은 다른 회사가 개발한 새 비비크림을 시장에 내놨다. 소비자들은 과거 제품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 회장의 제품을 선택했다. 결국 한스킨도 조 회장에게 다시 제품 생산을 부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로벌 업체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에스티로더, 클리니크, 로레알 등이 조 회장을 찾아왔다. 그들은 거래를 제안하면서도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조 회장은 이를 기회로 활용했다. 생산 공정, 유해물질 정화 수준 등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생산과 품질관리 방식도 바꿨다. 2008년 기존 생산라인을 반으로 줄였다. 이듬해에는 절반을 더 줄였다. 여러 작업자가 동시에 서로의 검수 상황을 살펴보도록 품질관리 체계를 바꿨다. 불량률을 0.1%까지 낮췄다.

◆“2025년 세계 1위 화장품 OEM 회사”

코스메카코리아는 2025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정했다. 조 회장은 “2025년을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를 뛰어넘는 해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R&D를 강화하고 해외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홍콩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 유통업체 리앤펑(LF)과 협력을 맺었다. 올해 안에 LF를 통해 중화권에 코스메카코리아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LF는 화장품 R&D를 조 회장에게 맡겼다. 조 회장은 “국제 기준에 맞는 연구소를 세우고 마케팅 역량을 강화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화장품 제조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