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충전소도 없이 요금 받겠다는 환경부
“전기차 반납하고 싶네요.”

29일 전기차용 급속충전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전기 요금을 부과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전기차 이용자들이 몰려 있는 온라인 카페엔 불만의 글이 줄을 이었다. 환경부는 다음달 11일부터 전기차 급속충전기 이용 요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h당 313.1원이다. 전기차에 요금을 부과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환경부는 “민간 충전기업을 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기차 제조업체와 소비자들은 이번 요금 인상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최소한 전기차 사용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인프라를 구축한 뒤 요금을 징수하는 게 맞다는 얘기였다.

환경부가 설치·운영하고 있는 급속충전기는 전국에 337곳이다. 주유소가 1만2400여곳인 것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란다. 한 번 충전된 전기차 운행 가능 거리도 130㎞ 안팎에 불과하다. 냉난방 등에 들어가는 추가 연료까지 감안하면 최소 60~80㎞당 한 곳의 충전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영동 및 호남고속도로의 급속충전기 간 최장 간격은 각각 169㎞와 171㎞에 이른다. 전기차로 이 고속도로를 달린다면 중간에 연료가 떨어져 고속도로 한복판에 설 수도 있다. “환경을 보호한다며 지원금을 주면서 팔아놓고 그 뒤엔 대책이 없다”고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다.

인프라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전기 요금부터 징수하면 전기차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전기차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충전소 공급”이라며 “충전소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전기차 대당 보조금은 15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줄이고 거기다 전기 요금까지 징수하면 어느 소비자가 전기차를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전기차 확산 사업엔 에너지 신기술 시장을 선점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박근혜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에너지 신산업 정책의 핵심이다. 성급한 요금 징수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 동력이 죽어 버리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

심성미 경제부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