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상수도 개량사업에 3조원이 넘는 국고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방 재정개혁을 강조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재원으로 해결할 사업까지 떠안아 재정개혁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9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7차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노후 지방 상수도 개량사업 지원대책’을 확정했다. 지방 상수도는 법률상 지자체가 상수도 요금 등을 재원으로 자체 투자해야 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열악한 시·군 재정과 심각한 농어촌 누수율을 고려해 중앙정부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상수관로의 31%인 5만8000㎞, 정수장의 58.5%인 286곳이 20년 이상 된 낡은 시설로 법적 내구 연한을 넘겼다. 상수도 누수량은 2014년 기준으로 6억9000만㎥였다. 전 국민이 48일간 쓸 수 있는 규모로, 금액으로 따지면 6059억원어치다.

김태곤 기재부 지역예산과장은 “전액이 아닌 일부만 중앙정부가 보조해주기로 했고 내년부터 군 지역을 시작으로 12년에 걸쳐 개량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 사업에 총 3조343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번 지원 대책은 정부의 재정개혁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부총리는 지난 28일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관리하지 못한 지방 재정과 교육 재정에 대해서도 군살을 빼고 꼭 필요한 사업에 재원이 집중 투자되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수도 국고 지원은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부대의견이어서 무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