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 정규직 전환 '하늘의 별 따기'
"심사 기회 100명 중 1~4명 불과"

소셜 커머스 업체 쿠팡에는 다른 국내 유통·물류 업계에서는 볼 수 없는 인력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바로 ‘쿠팡맨’이다. ‘쿠팡(CouPang)’이라는 로고가 적힌 화물차를 몰고 ‘쿠팡’ 로고가 새겨진 파란색 조끼를 입는 이들이다. 대략 3600명 정도 된다.

하지만 이들 중 3000명이 넘는 대부분은 쿠팡의 정식 직원이 아니다. 대부분이 20~30대 비정규직 젊은이들이다.

2년 전 쿠팡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며 ▷연봉 4000만원 ▷6개월 근무 후 정규직 전환 심사 ▷60%가량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고 쿠팡맨을 대거 채용했다
지난해 3월 김범석 쿠팡 대표가 배송 서비스 등에 관한 배송 혁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김범석 쿠팡 대표가 배송 서비스 등에 관한 배송 혁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논란이 된 ‘정규직 전환 60%’의 약속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쿠팡 측이 약속했던 ‘60%가량 정규직 전환’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쿠팡 측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쿠팡맨들의 증언에 따르면 9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파악되고 있다.

거점을 뜻하는 내부 용어인 ‘캠프’에서 일하는 정규직은 1~6명 정도다. 한 캠프의 총인원이 40~60명인 점을 감안하면 정규직 쿠팡맨 비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그동안 이직이나 퇴사자들까지 포함한 전체적인 채용 인원수나 내부 인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다만 2014년 3월(1기·2기) 입사했던 직원들 중 현재 남아 있는 인원 37명 중 33명이 정규직”이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업무의 위험성이나 강도 등으로 인해 이직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18개월 이상 근무하고 재직 중인 171명 중 13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외부에 알려진 내용보다 정규직 전환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왜 쿠팡 측과 현장에서 근무하는 쿠팡맨 사이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생긴 걸까. 바로 높은 이직률 때문이다. 정규직 수는 어느 정도 되지만 당초 채용 인원을 고려하면 결코 많은 인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맨들의 이탈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5월 입사한 한 쿠팡맨은 “같은 캠프에서 일하는 동기 12명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3명뿐”이라며 “정규직을 기대하고 들어왔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정규직 전환이 안 될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한 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왜 생긴 걸까. 쿠팡맨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본사의 정규직 전환 규정이 까다롭고 너무 일방적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6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정규직 면접 대상 선정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웬만해선 면접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쿠팡맨들이 대부분이라는 하소연이다.

현직 쿠팡맨에 따르면 면접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 만족 설문 조사에서 만점 가까이 받아야 한다. 또 매일 1시간에 20가구를 방문해야 가장 높은 수준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근무 태도 항목 등은 기본이다. 하루에 12시간 근무하는 쿠팡맨들에게 다소 벅찬 기준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쿠팡맨들 사이에서는 본사의 정규직 전환 의지가 없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한 쿠팡맨은 “정규직 전환 비율을 본사에서 제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규직 전환 심사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근거는 뭘까. 그는 쿠팡에서 지난해부터 채용하고 있는 ‘쿠니(고객 서비스 업무직)’와 비교했다. 쿠니는 채용 조건에 ‘3개월 근무 후 정규직 전환 보장’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직원 대부분을 3개월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맨은 ‘6개월 근무 후 정규직 전환 심사’라는 문구로 인해 ‘전환’이 아닌 ‘심사’만 한다는 얘기다.

또 다른 쿠팡맨 역시 “6개월에 한 번씩 재계약하면서 정규직 전환에 대한 얘기가 나올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며 “분기마다 본사에서 쿠팡맨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규직 전환 면접 대상자를 함께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 캠프를 100여 명으로 봤을 때 면접 대상자는 1~4명 정도”라면서 “심지어 이들도 면접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을 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이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정규직으로 전환된 쿠팡맨이 안정적인 지위를 얻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쿠팡에 근무한 지 8개월째라는 한 쿠팡맨은 “정규직이어도 한순간에 자르는 게 쿠팡”이라며 “가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규직도 잘리는데 비정규직은 더 불안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월 쿠팡맨 58명은 3번의 단순 접촉 사고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동료를 위해 ‘쿠팡맨 계약 해지에 관한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쿠팡 전체로도 비정규직 비율 높아

정규직·비정규직의 논란은 비단 배송 운전사인 쿠팡맨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쿠팡이라는 기업 전체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 직원 전체의 5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관계에 있는 소셜 커머스 업체인 티몬의 정규직 비율이 95%인 것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쿠팡맨의 정규직화를 공공연히 광고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한 것과도 상반되는 것이다.

또한 쿠팡은 현재 쿠팡맨·쿠니·쿠치(개발자) 등의 부서를 제외하고는 신규 채용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들 세 업종 모두 인력 이탈이 심한 부서로, 일종의 정규직을 ‘미끼’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 일각에서는 쿠팡을 두고 ‘블랙 기업’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쿠팡맨들이 짊어지고 있는 정규직 ‘희망 고문’ 때문이다. 블랙 기업은 고용 불안정, 장시간 노동, 직장 내 괴롭힘, 정규직 희망 고문 등 청년 노동자들에게 불합리한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을 이르는 말이다. 과연 쿠팡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다.

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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