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신동빈 함께 공연 관람…성년후견인 입장도 같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경영권 다툼 중인 두 동생 신동주·동빈 형제 가운데 신동빈 롯데 회장 쪽에 기우는 듯한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같은 변화와 관련, 최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제외한 가족 사이에서도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암묵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은 지난해 7월 경영권 분쟁 초기만해도 신동주 전 부회장측에 동조하는 인상을 줬던 게 사실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본 도쿄 롯데홀딩스 본사로 안내해 신동빈 회장 등을 이사직에서 해임시킬 당시, 신영자 이사장은 직접 신격호 총괄회장의 휠체어를 끌고 이들과 동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동빈 회장과 더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29일 롯데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4일 신동빈 롯데 회장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 내 롯데 콘서트홀에서 신영자 이사장과 같은 줄에 앉아 연주를 감상했다.

신동빈 회장의 가족으로는 신영자 이사장이 유일하게 동행한 것이다.

이날 콘서트에는 35개 그룹사 임직원과 그 가족 등 2천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22일 롯데월드타워 상량식(대들보를 올리는 행사)에도 신격호 총괄회장과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신 영자 이사장은 신동빈 회장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모든 행사 과정을 지켜봤다.

이 뿐 아니라 최근 롯데 경영권 분쟁의 핵심 이슈인 신격호 총괄회장 성년후견인(법정대리인) 지정 관련 심리에서도 신영자 이사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닌 신동빈 회장과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초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서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 씨는 성년후견인 후보자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4명의 자녀를 지목한 바 있다.

여전히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다"며 성년후견인 지정 자체에 반대하고 있지만, 신영자 이사장은 신동빈 회장, 신유미씨 등과 함께 "부친의 성년후견을 맡을 의사가 있다"는 의향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신영자 이사장은 지난달 18일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도 동생 신동빈 롯데 회장과 함께 나란히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이 최근 잇따라 롯데제과와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이사직에 재선임하지 않는 등 '신동빈 체제'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누나만은 '개혁'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뜻이다.

롯데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초기에는 가족 사이에서 후계 구도를 놓고 일부 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나, 신동빈 회장이 상법상 주총과 이사회 등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한데다 경영 역량도 보여줬기 때문에 이제 신동주 전 부회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족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