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방향 주목…후보 평균연령은 54.5세로 젊어

다음 달 말부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결정할 막중한 책임을 진 금융통화위원 후보들이 공개됐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새 금통위원 후보는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 등 4명이다.

이들은 4월 21일부터 업무를 시작해 오는 5월부터는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한다.

그동안 한국은행 안팎에서는 금통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동시에 교체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새 금통위원들이 통화정책 결정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올해 어느 때보다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달까지 수출이 14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고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심리도 얼어붙는 거친 파도를 만났다.

또 세계 경제는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기조 등 이른바 G2(주요 2개국) 리스크로 불안정성이 크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새 금통위원들이 뛰어난 통찰력으로 한국 경제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선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각 기관이 추천한 후보자 4명에는 거시경제 정책에 대한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로 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거시경제, 국제금융론, 경제성장론 등을 연구한 전문가로 꼽힌다.

영국 워릭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1989년부터 2013년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한 국제금융 전문가다.

또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1997∼2006년 KDI에서 근무할 당시 거시경제 분석을 담당한 적이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에서 경제, 금융정책을 오랫동안 다뤘다.

이런 새 후보들의 이력을 보면 최소한 비(非) 전문가로 구성됐다는 논란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 결정을 포함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결정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큰 방향과 틀을 잡고 위기 발생시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의 안정을 꾀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따라서 금통위원은 거시 경제나 실물 또는 금융·통화정책과 관련한 심오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더구나 최근엔 과거의 금융통화 이론이 먹혀들지 않고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한편 전세계적인 수요 부진과 침체로 디플레 우려도 확산되고 있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을 헤쳐나갈 묘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하고 물가도 낮은 상황에서는 한은이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금융 안정과 성장·고용까지 함께 고민하면서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서로 다른 분야에서 모인 전문가들이 조화로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새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를 비롯한 통화정책에서 어떤 성향을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경기부양을 뒷받침하는 완화적 통화정책(비둘기파)에 무게가 쏠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승범 상임위원은 관료 출신이고 나머지 3명도 KDI 등 국책연구기관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조 교수는 과거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비둘기파로 분류되고 있다.

조 교수는 2014년 10월 KDI 주최 세미나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고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일차적 목표가 2∼3%의 인플레이션율을 유지하는 데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신인석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했고 이 때문에 2014년 자본시장연구원장에 임명될 당시 '낙하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추천한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비교적 중립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작년 11월 연합뉴스가 주요 연구기관장들을 대상으로 통화정책에 관한 설문을 했을 때 "금리인하보다 중소기업과 서민 가계를 대상으로 한 일시적 양적완화로 소비와 투자 진작 효과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보들이 금통위원에 임명되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단하기 어렵다.

조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비둘기나 매(긴축적 통화정책 선호)로 구분을 하는데, 그렇게 안했으면 한다"며 "2009년 말쯤에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금융위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살려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새 금통위원 후보들이 합류하면 금통위는 더 젊어질 것으로 보인다.

후보 4명의 평균 연령은 54.5세로 다음 달 임기를 마치는 후보들의 평균(64세)보다 10세나 낮고 신 원장은 51세로 가장 젊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새 금통위원들이 통화정책에서 어떤 색깔을 보일지 아직 알 수 없다"며 "한국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