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2금융권 대출은 신용등급의 '적(敵)'
20대 절반은 모래성 등급, '아차' 하는 순간 와르르


최근 3년 동안 국민의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금리가 떨어지면서 신용 등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바꿔드림론과 같은 저신용자를 위한 정책금융상품의 등장도 신용등급 개선에 좋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 신용등급은 개인의 신용정보를 종합해 1~1천점으로 점수화한 것이다.

앞으로 1년 안에 90일 이상 연체 없이 성실하게 상환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여준다.

◇ 금리 떨어지고 부동산 경기 좋아지면서 대출 상환 여력 좋아져

가계부채가 1천200조원을 넘어서며 우리 경제의 뇌관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지만, 개인 신용 등급은 꾸준히 좋아지는 상황이다.

28일 연합뉴스가 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로부터 입수한 국내 신용등급 분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등급인 상위등급자의 비율은 47.6%로 2012년 말(43.1%)보다 4.5%포인트 올라갔다.

신용등급이 있는 내국인 전체 4천327만명의 등급분포 자료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3년간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올라간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다.

이자 부담이 줄면서 연체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3년 전 연 2.75%이던 기준금리는 2015년 6월까지 1.5%로 1.25%포인트 내려갔다.

이 사이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78%에서 2013년 말 0.63%, 2014년 말 0.49%, 2015년 말 0.33%로 꾸준히 하락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2012년 말에는 21.97%에 달했지만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는 11.56%까지 떨어졌고, 연체금액도 같은 기간 7조5천763억원에서 3조7천297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신용카드사의 연체채권비율(1개월 이상, 대환대출 포함)도 2012년 말 1.85%였지만 지난해 6월 기준으로는 1.57%로 0.26%포인트 떨어졌다.

이 기간 전체 가계대출이 늘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출과다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작 대출의 건전성은 개선돼온 셈이다.

바꿔드림론과 같이 정부의 정책 금융 상품도 신용 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바꿔드림론은 신용도와 소득이 낮은 서민이 대부업체나 캐피탈사 등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을 캠코 보증을 받아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로 갈아타게 해주는 서민금융 지원제도다.

신용등급에서는 어떤 기관에서 대출을 받았는지도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2금융권 이하의 금융기관에서 받던 대출을 시중은행으로 옮겨간 것만으로도 신용등급이 좋아질 수 있다.

또 금융규제 완화조치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가 올라가면서 한도 부족으로 어쩔수 없이 2금융권에서 받았던 대출을 시중 은행으로 돌릴 수 있게 된 것도 소비자들의 신용등급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도 침체기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던 주택소유자들이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집을 팔아 대출을 상환할 수 있었던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거래량은 전년보다 18.8% 증가하며 120만건에 육박,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 5영업일·10만원 이상 연체시 신용 평점 바로 깎여

개인 신용 등급이 좋아지면 가장 좋은 점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더 싼 금리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1~2등급은 평균 3.4~5.8%지만 3~4등급은 3.64~6.15%로 높아진다.

4등급이 넘어가면 사실상 은행에서 대출받기는 힘들어지고 2금융권에 가야 한다.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그 자체만으로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출 금리는 높고 신용 등급은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신용 평가 방법은 신용정보업체마다 다르지만 기준은 대부분 비슷하다.

KCB의 경우 신용등급을 매길 때 신용거래의 종류와 행태를 평가하는 신용거래형태(32%)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

이어 연체 정보 등을 담은 상환 이력(28%), 현재 보유 중인 부채 수준(26%), 신용 거래 기간(14%) 순으로 비중을 두어 평가한다.

신용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용거래형태는 신용거래를 얼마나 적절히 이용하는지를 보는 정보다.

예를 들어 같은 부채 규모라고 해도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처럼 제2금융권에서 빌렸을 경우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것도 상환능력 대비 부채가 과도해질 수 있어 신용 평점에 부정적이다.

다음으로는 연체 정보가 중요하다.

연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연체가 생기면 빨리 상환해야 한다.

연체정보는 5영업일 이상이면서 10만원 이상이면 바로 신용 평점에 부정적으로 반영된다.

또 단기간 연체 후 즉시 상환해도 여러 번 반복되면 신용 평점이 깎일 수 있다.

연체한 빚을 갚았어도 신용 평점은 즉시 회복되지 않는다.

연체 경험 정보가 일정 기간 남아 신용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연체는 채무상환 후에도 연체한 기간보다 더 오래 남아 평점에 부정적으로 반영된다.

부채 수준도 중요하다.

적정 수준의 부채는 신용 평점에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부채 수준은 부정적이다.

이 밖에도 소득이 높거나 세금이나 통신요금, 공공요금을 성실히 납부할 경우, 신용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도 신용 평점에 긍정적이다.

◇ 20대 절반은 모래성 신용등급, 아차 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

개인 신용 등급에서 가장 취약한 연령은 아무래도 금융 거래 정보가 부족한 20대다.

개인 신용 등급을 매길 때 신용 거래 기간이 중요한데 이 기간이 짧아서다.

특히 20대의 절반가량인 42.5%는 금융 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신용 등급을 받은 씬 파일러(thin filer)였다.

금융 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씬 파일러는 처음에는 4~5등급의 중간 수준 등급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의 신용등급은 한마디로 '모래성'이어서 몇 번의 연체만으로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지난해 대기업 건설사에 취업한 박모(29세)씨는 취업 후 신용카드를 만들다 깜짝 놀랐다.

박씨의 신용등급이 8등급이어서 신용카드 개설이 거절된 것이다.

알고 보니 박씨가 4학년 때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대출 이자를 제대로 내지 않아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진 것이었다.

박씨는 "이자가 나가는 통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더니 잔액이 없어 연체된 것 같다"며 "1년을 연체했다고 해도 총 연체금은 100만원 정도인데 신용등급이 이렇게 떨어질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박씨의 신용등급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박씨가 그동안 금융 거래가 거의 없는 씬 파일러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정상적으로 금융거래 경험을 쌓은 사람이었다면, 박씨와 똑같이 연체했어도 8등급까지 가파르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문제는 모래성 신용등급을 가진 20대의 대부분이 신용등급에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KCB가 대학생 5천8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5.1%는 본인의 신용등급을 몰랐다.

또 신용등급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25.8%가 '보통' 또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대의 개인워크아웃 신청도 급증하고, 금융 민원도 해마다 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20대 개인워크아웃 신청 건수는 지난해 8천23건으로 전년(6천671건)보다 20% 이상 늘었다.

30대(4.8%)와 40대(5.6%), 50대(10.6%)의 증가율과 비교해 매우 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대 금융 민원 접수 건수도 지난해 6천103건으로 전년 대비 6% 이상 늘어났다.

2012년(3천667건)과 비교하면 66% 급증했다.

◇ 본인 신용등급 정확히 파악하고 절대 연체하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처음 금융 거래를 시작하는 20대야말로 신경 써서 금융 거래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이다.

가장 먼저 자신의 신용등급을 정확히 알고 신용정보 변동사항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공공요금이나 통신요금 등 소액이라도 절대 연체하지 말아야 한다.

20대는 금융 거래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어 연체 시 쉽게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

또 되도록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신용카드를 연체 없이 쓰면 체크카드보다 신용도 상승에 더 유리하지만, 자신이 가진 돈 안에서만 사용하는 체크카드가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을 경우에는 반드시 갚을 능력을 고려하고, 이자 상환이나 카드 결제 등은 자동이체를 설정해 연체를 막아야 한다.

이 밖에도 연락처가 변경되면 반드시 금융회사에 통보해야 한다.

연체가 발생하거나 대출 만기가 오면 금융회사에서 통보를 받을 수 있어서다.

손승호 KCB 차장은 "신용등급을 쌓는 것은 신용 체력을 쌓는 것"이라며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만들 듯 꾸준히 관심을 두고 금융거래를 쌓아야 한두 번의 실수가 있더라도 신용 등급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