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매긴 미국 회사채 평균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인 ‘BB’로 떨어졌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09년보다 낮은 등급으로 15년 만에 최하 수준이다.

S&P의 제이컵 크룩스, 데이비드 테셔 신용담당 애널리스트는 24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보수적으로 바뀐 대출환경으로 인한 자금 조달의 한계 때문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고 있다”며 “신용등급의 추가 하락 및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앞으로 수년간 증가할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유가로 한계에 몰린 에너지 업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체 솔레라홀딩스, 미디어 업체 아이하트 등 정보기술(IT) 업체도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특히 2012년 이후 4년간 회사채를 처음 발행한 기업의 75%가 투기등급인 ‘B’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B’ 등급은 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CCC’ 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이다.

완구 업체 토이저러스, 미국 남성의류 전문업체 맨스웨어하우스 등이 ‘B’ 등급을 받았다. 이미 에너지 기업의 파산 건수가 지난해 67건으로, 2014년 14건보다 크게 증가한 상태다.

CNN머니는 2008년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장기간 양적 완화 정책을 펴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업체까지 회사채를 통해 돈을 끌어다 쓴 배경이 됐다고 보도했다. 투자자도 미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서 벗어나 좀 더 수익성이 높은 회사채 투자를 확대해 많은 업체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손쉽게 조달했다는 것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