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패널을 사서 TV를 제조해 판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관계도 마찬가지다. 형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TV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 업체의 대규모 투자와 증산 탓에 패널 가격이 폭락해 디스플레이 업계는 울상이다. 반면 패널을 싸게 조달할 수 있게 된 TV 업계는 웃음을 참는 모습이 역력하다. TV 수요 자체는 그다지 늘고 있지 않지만 원재료 값이 떨어진 덕분에 이익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비싼 국산 패널 대신 값싼 중국 패널을 쓰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패널값 하락에 TV 웃고 디스플레이 울고…희비 갈린 '형제산업'
1분기 적자 걱정하는 디스플레이 업계

TV의 주재료인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은 최근 1년간 급락세를 보여왔다. 40인치 LCD TV용 패널가격은 지난해 10월 122달러에서 11월 113달러, 12월 106달러로 떨어졌다. 올 1월에는 100달러, 지난달 95달러까지 내려갔다. 4개월 새 가격 하락 폭이 22.1%에 달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현재 패널 가격은 원가 수준이어서 더 떨어지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에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의 적자 규모가 2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진한 IHS테크놀로지 이사는 “올 1분기는 디스플레이 업체에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업계는 원가 절감 및 기술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다. 패널 두께를 얇게 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얇게 제작하면 유리 값이 절약되고, 패널을 더 비싸게 팔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존 5㎜이던 LCD 패널 두께를 4㎜로 줄이는 과정에서 수율 높이기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1분기에 ‘어닝쇼크’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가 절감 덕 보는 TV 업계

반면 TV 업계는 올 1분기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공급받는 LCD 패널 가격이 내려갈수록 TV를 팔아 남기는 수익은 늘어난다. TV 값은 패널 가격이 떨어지는 것과 상관없이 대체로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몇 년간 수요 감소를 경험한 TV 업계는 올해 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달 중하순에야 2016년형 신제품을 출시했을 정도다. 통상 전년 재고를 2월까지 싸게 팔고 2월 말부터 신제품을 내놓지만, 올해는 한 달가량 늦췄다. 재고 가격을 유지한 채 시간 여유를 두고 다 팔았다는 얘기다. 전자업계 고위관계자는 “올 1분기 삼성전자가 TV 사업에서 상당한 수익을 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요 전망도 나쁘지 않다. TV 수요를 자극할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서다. 오는 6월 유럽에선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가 개막된다. 8월에는 브라질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린다.

TV 수요가 늘어나면 패널 업계 사정도 나아질 수 있다. 패널 업계 관계자는 “TV 업계가 1분기에 재고를 대부분 처리한 만큼 2분기부터는 패널 가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계속 물량을 쏟아낼 전망이어서 가격 상승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정지은/김현석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