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경기북부본부의 무역현장 자문위원들이 박진성 초대 본부장(왼쪽 네 번째)과 함께 이 지역 중소기업 수출지원에 혼신의 힘을 다하자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신종환 이창규 최상택 박진성(본부장) 이욱상 문정수 자문위원. 김낙훈 기자
무역협회 경기북부본부의 무역현장 자문위원들이 박진성 초대 본부장(왼쪽 네 번째)과 함께 이 지역 중소기업 수출지원에 혼신의 힘을 다하자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신종환 이창규 최상택 박진성(본부장) 이욱상 문정수 자문위원. 김낙훈 기자
파주 포천 동두천 의정부 등 경기 북부지역은 그동안 여러 가지 면에서 소외돼온 곳이다. 수출지원에선 더욱 그렇다. 이 지역 기업이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인호)의 지원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수원의 경기본부를 찾아야 했다. 이젠 달라진다. 오는 30일 고양시 킨텍스에 경기북부본부가 생기기 때문이다.

파주에 있는 진일에스앤피(사장 이순일·62)는 일본 최대 제책업체에 정밀인쇄기계를 수출하는 업체다. 일본 및 유럽 업체를 제치고 따낸 성과다. 종업원이 10여명에 불과한 소기업이지만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회사는 정합기(gatherer·인쇄용지 페이지순 정렬기계)를 일본 최대 제책업체 니포소고세이혼(日寶綜合製本)의 주공장인 오카야마공장에 납품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인쇄왕국이자 인쇄기계의 선진국인데 이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한 것이다. 수출 설비는 높이 1.6m, 길이 30m에 이르는 자동화 설비다. 인쇄된 종이를 페이지대로 가지런히 정렬하는 장비다. 이 설비는 △시간당 최대 책 1만5000권 분량의 인쇄된 용지를 페이지 순으로 정렬하는 데다 △카메라로 인쇄 내용과 종이 두께를 촬영, 에러를 실시간 검증하고 △장비를 부분적으로 가동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진동과 소음도 작다. 이 회사는 최근 인근 지역으로 시설을 확장 이전했다.

이같이 파주에는 실력 있는 기업이 많다. LG디스플레이 등 극소수 대기업을 빼면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파주뿐이 아니다. 포천 동두천 양주 등 경기 북부에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 산재해 있다.

이들은 공통적인 애로를 갖고 있다. 수출지원기관을 근처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인호)는 오는 30일 이 지역 중견·중소기업의 수출 지원을 위해 경기북부본부를 개설하기로 했다. 이곳엔 지역본부 평균 3명보다 많은 5명의 무역현장 자문위원을 배치키로 했다. 이들은 수출기업 전화를 받으면 발로 뛰며 해결책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14개 시·군에 1만5000개 무역업체 산재

무역협회가 구분한 경기북부본부의 관할 지역은 모두 14개 시·군이다. 고양 파주 양주 남양주 포천 하남 의정부 구리 동두천 양평 가평 연천 등이다. 지리적으로 수원(경기남부본부)보다 고양에 가까운 김포 부천을 경기북부본부에 포함시켰다. 김포는 일산대교를 건너면 바로 고양이다.

이 지역에는 대표기업인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초정밀 절단공구업체인 대한정공, 홀커터(hole cutter) 업체인 삼도정밀, 도로안전용품업체인 신도산업 등이 있다. 마석과 고양에는 가구업체도 들어서 있다.

중소기업체 30여곳이 몰려 있는 탄현산업단지에 있는 대한정공(사장 심면섭)은 1㎛까지 오차를 줄인 ‘산업용 칼’인 절단공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문래동 출신인 심면섭 대한정공 사장은 수입에 의존하던 정밀절단공구를 국산화해 덴마크 등 1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고양과 파주 경계인 장곡검문소 부근에 있는 삼도정밀(사장 이은재)은 30년 동안 절삭공구인 홀 커터 외길을 걸어 일본 시장을 뚫었다. 상어 이빨처럼 생긴 홀 커터는 전동드릴에 끼워져 각종 금속재료에 구멍을 뚫는다. 드릴은 작은 구멍을, 홀 커터는 직경 12~200㎜의 비교적 큰 구멍을 뚫는다. 가드레일 등 도로안전용품업체인 신도산업은 쿠션탱크시스템을 개발해 해외시장을 뚫고 있다. 주행 차로를 벗어난 차가 교각 등 도로 구조물과 충돌하기 전에 차량의 충격에너지를 흡수하는 장치다.

남양주에 있는 마석가구공단에는 약 60만㎡ 부지에 400여개 가구공장이 들어서 있다. 고양 곳곳에도 가구업체가 산재해 있다. 국내 기업은 가구를 주로 내수제품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이탈리아는 연간 100억달러어치 수출하는 대표적인 수출산업이다.

베테랑급 무역현장 자문위원 배치

지난 18일 김인호 회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경기북부본부 무역현장 자문위원은 5명이다. 이들은 무역현장에서 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이욱상 자문위원(64)은 서울대 공대를 나와 대우인터내셔널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STX를 거치는 등 30년 이상 현장 경험이 있다. 선박 및 조선기자재 수출, 금융, 영업, 중개무역과 수입에서 노하우를 축적했다. 2년간 영국 케임브리지에 체류한 경험이 있고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에서도 일했다. 영어에 능통하다. 이 위원은 “중소기업의 수출애로를 경청한 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출전략과 시장개척, 마케팅 분야에서 중소기업을 돕고 싶다”고 밝혔다.

최상택 자문위원(66)은 성균관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삼성물산에서 16년간 일하며 부장을 지냈다. 그 뒤 16년간 중소기업 마케팅 컨설팅을 해왔고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영어 일어 중국어 아랍어로 수출상담을 할 수 있고 이집트와 가나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는 그는 시장개척과 마케팅전략 수립을 도울 예정이다.

중국 베이징중앙민족대에서 중국 경제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신종환 자문위원(57)은 10년 이상 중국에 주재하며 무역과 마케팅에 종사해온 중국 전문가다. 신 위원은 “중소기업의 애로를 정확히 파악한 뒤 구체적으로 해결방안을 찾겠다”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수출활로를 찾아준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창규 자문위원(64)은 국제상사에서 섬유 의류 수출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30년 이상 섬유 의류 피혁 수출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일본어에 능통하고 일본으로의 수출업무를 주로 해온 그는 일본통이다. 이 밖에 문정수 자문위원(60)은 삼성물산에서 22년간 종사하며 섬유 일반상품 수출입을 맡았고 그 뒤 중견·중소기업에서 무역분야에 종사하며 농식품 원자재 견과류 수입과 비철금속 등의 중개무역을 담당했다. 해외에선 쿠웨이트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2013년부터 경기 지역 자문위원으로 활약해왔다.

“수출업체 5년 내 33% 늘려나갈 것”

[BIZ Insight] 경기북부 강소기업 수출지원 위해 '무역 베테랑'들이 뛴다
박진성 초대 경기북부본부장은 “이들 14개 시·군의 연간 수출규모는 약 144억달러(2015년 기준) 수준인데 이 중 LG디스플레이가 있는 파주가 약 84억달러로 58.3%를 차지했고 김포 21억달러, 양주 8억2000만달러, 부천 8억달러가량”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이들 기업 중 내수기업을 수출기업화하고 기존 수출기업은 해외시장 개척을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5년 내 이 지역 수출기업은 현재의 약 2만2500개에서 3만개 수준으로 33% 늘리고 연간 수출액도 2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이 지역을 수출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해외 바이어 발굴, 해외 전시회 출품, 무역기금융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는 “경기북부지역은 무역과 물류의 융합 및 방송문화콘텐츠, 전자상거래, 의료, 국제회의와 관광 등을 결합한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산업 및 교육출판 등 혁신서비스산업의 수출산업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