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왼쪽 두 번째)은 지난해 5월20일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배달용 차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맨 오른쪽은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 한경DB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왼쪽 두 번째)은 지난해 5월20일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배달용 차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맨 오른쪽은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 한경DB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지난해 5월20일 서울시, 르노삼성자동차와 초소형 전기차 도입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초소형 전기차가 배달 문화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지’가 스쿠터보다 안전한 데다 대기오염과 소음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까지 초소형 전기차를 상용화하겠다는 육성책을 발표했다. 기존 승용차를 대체하는 개인형 근거리 자동차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트위지는 지금까지도 도로를 달리지 못하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와 관련 부처의 늑장 행정이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소형 전기차는 자동차 아냐”

[규제에 막힌 초소형 전기차] 유럽선 상용화됐는데…'트위지' 운행 막는 30년 묵은 자동차관리법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서울시에 트위지 임시운행 허가를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트위지가 자동차관리법의 차종 분류 기준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를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이륜차 등 5종으로 분류한다. 자동차업계는 트위지의 바퀴가 4개이고, 운전대가 오토바이와 달리 원형이라는 점 등을 들어 승용차로 분류하고 있다. 트위지는 이륜차처럼 시트 두 개가 일렬로 놓여있고 유리창이 없다.

국토부는 트위지가 이륜차도 아니고 승용차도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상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시운행 허가는 자동차에만 나오는 것인데 초소형 전기차는 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에 임시운행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 이미 상용화된 차종을 임시운행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일자 국토부는 지난해 8월 초소형전기차에 대한 정의와 임시운행 규정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면서 2016년부터 트위지의 임시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토부의 시행령 개정 시도는 법제처에서 가로막혔다. 법제처는 “자동차 분류는 상위법인 자동차관리법에서 규정할 사안이기 때문에 초소형 자동차의 정의를 시행령에 넣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며 반려했다. 결국 국토부는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정부입법으로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과잉 규제 비판에 밀려 초소형 전기차의 임시운행을 허가하는 방편으로 서둘러 시행령만 개정하려다가 신산업 발전이 늦어지게 됐다”며 “현행 자동차관리법상으로도 초소형 전기차를 승용차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차라리 국토부가 해석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르노삼성은 초소형 전기차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 부산 공장에서 트위지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는 국내 중소기업과 3·4륜 초소형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신산업 정책 대응 너무 늦어”

미래형 이동수단으로 꼽히는 초소형 전기차 제도가 표류하는 것은 산업기술의 발전을 정책·제도가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차 종류를 5종으로 규정한 자동차관리법은 1987년 입법 이후 30년 가까이 유지돼고 있다. 박준환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관은 “초소형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교통수단이 빠른 속도로 등장할 텐데 정책 대응 속도는 너무 늦다”며 “이런 논의는 최소 5년 전부터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권한을 쥐고 있는 공무원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국토부가 초소형 전기차 임시운행 허가를 내주지 않은 이유로 승용차보다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내세운 데 대해 업계에선 “이륜차보다 안전하다는 점은 무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소연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래산업팀장은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는 사례는 초소형 전기차뿐 아니라 드론 등 신산업 분야에서 자주 나타난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공무원이 입증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