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엔 깎아달라" 요구…인수협상 미궁속으로

대만 홍하이(鴻海) 정밀공업 산하 폭스콘이 6천억엔(6조2천억원) 이상으로 제시했던 일본 샤프의 인수가격을 최대 3분의 1 가까이인 2천억엔(2조700억원)이나 낮추려 하는 것은 물론, 계약시 선납하기로 한 계약이행 보증금 1천억엔(약 1조300억원)도 못 내겠다고 해 인수협상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일본언론들이 23일 전했다.

일본 도쿄 신문은 이날 "폭스콘이 샤프의 인수가격 6천억엔 중 출자액 4천890억엔을 1천억~2천억엔 깎겠다고 나섰다.

재무리스크에 의해 샤프의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 감액 요구액이 당초 알려진 1천억엔의 두 배 정도로 는 것"이라면서 "계약 때 지불하기로 한 (계약 불이행시의)보증금 1천억엔도 철회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폭스콘은 이달 들어 인수 가격 후려치기를 거듭 요구해 급기야는 인수가격이 샤프 경영진이 지난달 거절한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INCJ)가 제시한 3천억엔을 밑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샤프는 이번 주 내에 이사회를 열어 폭스콘의 요구를 수용할지를 협의한다.

이달 말 2015회계연도 결산을 앞둔 샤프는 조기에 폭스콘과의 인수 계약을 타결할 계획이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폭스콘은 샤프 주식 한 주당 118엔인 인수가격을 낮추려고 하면서 여전히 출자비율은 66%로 유지하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콘은 샤프의 재무상황 등을 정밀 재조사한 결과 기업가치가 당초 상정했던 것보다 크게 낮다고 판단, 계약 조건 수정을 속속 요구하고 있다.

현재 샤프와 주거래은행들은 1천억엔 정도까지는 출자액 감액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교섭은 계속되고 있다고 마니이치신문이 전했다.

샤프는 2월 25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출자액 4천890억엔을 포함해 최대 6천억엔을 제시한 폭스콘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밤 최대 3천억엔 규모의 우발채무 문제가 불거지면서 폭스콘이 인수 계약 보류를 요청한 상태다.

최종계약이 늦어지면서 샤프 거래처 일각에서는 부품 납품이 지연되거나 수량이 제한되는 사태가 생기고, 주거래은행들은 초조한 상태다.

샤프는 과거 한국 삼성전자와도 인수 얘기가 오갔고, 마지막까지 산업혁신기구와 인수조건을 조율했지만, 현재는 폭스콘 외에는 인수를 타진할 곳이 없다.

일본언론들은 교섭이 깨져 법적인 정리절차를 밟으면 주거래은행들은 거액의 손실이 불가피해 폭스콘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태라면서 '대안이 없어 폭스콘에 휘둘리는 형국'이라고 묘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