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판매 1주일…"외형은 은행, 내실은 증권"
‘우보만리(牛步萬里)’냐 ‘찻잔 속 태풍’이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1주일 성과에 대한 엇갈린 평가다.

5년간 합산 투자수익 200만원(연봉 5000만원 이하는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앞세워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출시 후 1주일 판매액이 3204억원에 그치자 금융계 한편에선 ‘준비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다음달 일임형 ISA의 온라인 가입이 허용되고, 5월엔 상품별 비교공시까지 가능해지면 실수요자 중심으로 가입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ISA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4월부터 금융 소비자들이 ‘만능통장’이라는 ISA의 장점을 체감할 수 있는 일임형 상품을 금융사 창구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일임형은 금융회사가 가입자의 위험 성향과 자금운용 목표를 감안해 제시하는 모델포트폴리오 중 하나를 선택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신탁형은 투자 지식이 부족한 가입자라도 ISA에 담을 금융상품을 직접 선택해야 한다.

ISA 판매 1주일…"외형은 은행, 내실은 증권"
ISA는 연간 2000만원 한도에서 총 5년간 최대 1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한 계좌에 예·적금을 비롯해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5년간 굴려 손실과 이익을 합한 순이익 200만원까지 세금을 매기지 않고, 200만원 초과 수익에 대해선 9.9%의 세금만 부과한다. 개별상품에 따로 투자하는 것보다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다만 순이익이 나야 가입 효과가 있다.

은행, 증권사들은 이 같은 ISA의 특성상 신탁형보다는 일임형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애초 취지와 달리 출시 첫 1주일은 전체 가입자(65만8040명) 중 신탁형에 99%가 몰렸다. 은행이 다음달에야 일임형을 출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임형과 신탁형을 판매하는 증권사도 신탁형(3만6445명) 가입자가 일임형(4198명)보다 9배가량 많았다. 관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중에 없던 상품이다 보니 소비자와 판매 금융회사 모두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가입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출시 첫날의 평균 가입금액은 34만원이었으나 21일엔 49만원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5월 상품별 비교공시시스템이 구축되고 6월에 계좌 이동까지 가능해지면 ISA 시장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ISA 성패의 관건은 수수료를 내고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만한 순수익이 남느냐”라며 “금융회사별 운용 수익률이 공개되면 일임형 ISA를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과 증권 간 ISA 점유율 경쟁 양상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날까지 전체 가입자 수는 은행이 94%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1인당 평균 가입금액 면에선 은행이 32만원, 증권이 300만원으로 증권이 은행에 비해 10배가량이나 많았다.

일임형 상품 운용에 유리한 증권사가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면 가입 총액면에서도 증권이 은행과 대등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박동휘/이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