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아빠, 맞벌이 남편보다 가사·육아시간 6배 길어
한부모 5명 중 1명은 "우울하다"…"생계비·양육비 지원 필요"

이혼이나 사별 등의 이유로 아이를 홀로 키우는 '한부모'의 절반가량은 하루 10시간 넘게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한부모 가구의 월소득은 19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또 한부모의 과반은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한 적이 있고, 5명 중 1명꼴로 우울증 증세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5∼12월 19세 미만 자녀를 키우는 전국 한부모 가족 2천552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한 '2015 한부모가족실태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2012년부터 3년마다 시행되는 이번 조사에서 지난해 한부모 가구 수는 56만가구로 추정됐다.

한부모의 평균 연령은 43.1세, 자녀 수는 1.6명이었다.

혼인 상태는 이혼이 77.1%로 가장 많았고, 사별이 15.8%, 미혼 등 기타가 7.1% 등이 뒤를 이었다.

가구 구성은 어머니가 혼자 키우는 '모자가구'가 47.3%, 아버지가 혼자 키우는 '부자가구'가 19.8%, 모자와 조부모 등 다른 세대원이 같이 사는 '모자+기타가구'가 17.8%, 부자와 다른 세대원이 함께 거주하는 '부자+기타가구'가 15.1% 순이었다.

한부모 가족의 소득은 월평균 189만6천원으로 3년 전의 172만4천원보다 늘었다.

그러나 전체가구 소득 대비 한부모 소득 비율은 2012년 48.9%, 2015년 48.7%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금융자산·부동산·부채를 고려한 한부모 가족의 순자산액은 전체가구 평균의 23.7% 수준인 6천597만원에 그쳤다.

또 본인 소유의 집을 가진 경우는 2012년 23.5%에서 2015년 21.2%로 줄어든 반면 전세나 보증부 월세는 각각 19.5%에서 22.6%, 17.8%에서 26.4%로 증가했다.

한부모의 18.5%는 국가기초생활수급, 28.0%는 차상위 또는 저소득 한부모 가족 지원을 받았다.

많은 한부모는 혼자가 된 후에야 경제활동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한부모가 되기 1년 전 일을 했다는 응답은 56.3%였지만, 현재는 87.4%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하는 한부모 중 48.2%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근무한다고 응답, 절반 가까이가 장시간 직장 또는 노동 현장에 매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5일제의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한부모는 29.8%에 불과했다.

한부모는 집에서도 고단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부모 여성이 가사와 육아에 투입하는 시간은 하루 5시간 30분에 이른다.

또 한부모 남성은 맞벌이 가족 남편(41분)의 6배가 넘는 4시간 6분을 가사와 육아에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부모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미취학자녀를 기관에 보내는 비율은 87.6%로, 전체 56.0%보다 크게 높았다.

자녀 양육 문제를 두고 전 배우자와 갈등을 겪는 경우는 3년 전보다 늘었다.

양육비 청구 소송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6%에서 6.7%으로 2.1%포인트 높아졌다.

상당수 한부모는 스스로 건강을 챙길 여력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자의 20.8%는 '병의원에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다'고 밝혔고, 병의원에 못 간 이유로는 53.4%가 '경제적인 이유'를 들었다.

'최근 1년 이상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꼈다'고 답한 비율도 20.2%에 달했다.

또 이런 우울 증상을 겪은 응답자 가운데 54.0%는 '치료하지 않고 그냥 참는다'고 답했다.

가장 필요한 지원에 대해선 '생계비·양육비 등 현금 지원'(65.7%)을 제일 많이 꼽았다.

이어 '시설·임대주택 등 주거 지원'(13.5%), '건강 지원'(5.7%), '아이돌봄 관련 서비스 지원'(5.5%), '직업훈련·학업 지원'(3.5%), '사회적 인식·차별 해소'(3.4%)의 순서로 조사됐다.

강은희 여가부 장관은 "한부모 가족은 대부분 부모의 역할을 홀로 감당한다"며 "각 부처와 힘을 모아 일자리, 자녀 돌봄, 주거 등의 지원을 강화해 자립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