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사 비난에 앞장…경쟁사 노조와 너무 달라"

현대중공업이 앞으로 회사 체질을 바꾸는 데 모든 것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수주 부진이 우려되고 있지만 무리한 과잉·적자 수주는 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사업본부 대표에게 보다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22일 창립 44주년을 하루 앞두고 임직원들에게 배포한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먼저 수주잔량이 11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과 관련, "물량절벽이 곧 다가온다는 말이 현실화하고 있다.

도크가 빈다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 목전에 다가왔다"며 "해양과 플랜트는 상황이 더 안 좋아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수주 물량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주를 왜 못하냐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는데 선주들이 발주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납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품질이 좋지 않아 선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는 우리 내부의 문제도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주하는 순간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우리 경쟁력도 문제"라며 "무리한 과잉, 적자 수주 때문에 지금도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런 일을 다시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회사 체질 개선을 위해 사업본부 대표에게 보다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사업본부의 미래 비전을 직원들과 함께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포상제도를 대폭 개선해 잘못된 관행을 없애거나 회사를 위한 성과를 창출한 사람에게 즉시 합당한 포상을 실시하고 일감이 줄어든 만큼 호황기에 만들어진 지나친 제도와 단협사항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현실에 맞게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제 노조도 오로지 회사 생존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노조의 협조를 강력 촉구했다.

최 회장은 최근 삼성중공업 노조가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수주 활동을 벌이고 대우조선 노조가 채권단에 쟁의활동 자제와 임금동결 내용을 담은 동의서를 제출했던 사실을 언급, "노조가 기업회생에 동참하려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두 회사는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와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우리는 일감이 없어 어떻게든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 전환배치를 실시했으나 노조가 회사에 대한 비난에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사를 분열과 대립의 구도로 가져가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회사를 정치판으로 끌고가려 한다"며 "경쟁사 노조의 행동과 너무 다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10여년간 우리 회사는 너무 비대해졌고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다.

우리가 과연 지금도 세계 1등 회사인지, 각 사업들이 국내 1위 자리라도 지켰는지 생각해보면 안타깝다"며 "명실상부한 1등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