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주력산업…수출 15개월째 격감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제조업체들이 늙어가고 있다.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수출기업 10곳 중 8곳이 더 이상 성장이 어려운 성숙기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은 이달 들어서도 2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가전,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13대 주력 수출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6.3%가 해당 산업이 ‘성숙기’라고 답했다. 성숙기는 주력 제품의 매출 확대가 더뎌지고 이익은 점점 줄어드는 시기다.

매출과 이익이 모두 감소하는 ‘쇠퇴기’에 들어섰다는 기업은 12.2%였다. 응답 기업의 78.5%가 매출과 이익 증가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매출이 빠르게 늘면서 이익도 증가하는 ‘성장기’라고 답한 기업은 21.5%였다. 새로운 시장이 태동하는 ‘도입기’라고 답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업종별로는 성숙기라고 답한 업체 비중이 컴퓨터(80%) 섬유(75%) 평판디스플레이(72.2%) 무선통신기기(71.4%) 등에서 컸다. 자동차와 반도체 기업 중 각각 50%와 41.7%도 성숙기라고 답했다.

수출제조업체의 경쟁력 약화는 수출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액은 237억72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2% 줄었다. 올 1월(-18.8%)과 2월(-12.2%)보다 감소폭이 더 크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주력 수출제품 상당수가 대량 생산용 범용 제품이기 때문에 노동력과 자본 경쟁력이 월등한 중국 기업 제품에 밀리고 있다”며 “휴대폰 등에서 신개념 제품을 내놓거나 다른 신산업에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수출 감소의 늪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김주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