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복지사업에 쓰자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에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 노후자금 운용에 정치권이 개입하면 기금의 안정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21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커지는 연기금의 공공투자 유혹 이대로 괜찮나’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인 만큼 정부나 공적 기관이 임의로 빼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 규모가 500조원을 넘어서자 정치권에서 이를 저출산 해결 등 공공사업에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공공임대주택 건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정부 또한 중산층을 위한 기업형 임대주택에 국민연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공공주택, 육아시설 확충으로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는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한번 해보자’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의 일부를 국채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는 수익성을 위한 포트폴리오 배분 차원”이라며 “공적 사업에 연기금을 동원해야 한다는 책임의식 때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사회투자채권을 발행해 연기금 재원을 간접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 국가가 공공사업을 위한 사회투자채권을 발행하면 이를 국민연금이 사들이는 방식이다. 조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다른 재원을 활용해서 추진해야 할 일”이라며 “포퓰리즘적으로 연금을 활용하면 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고 임의가입자가 탈퇴하면서 연금의 존속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노후 보장과 부의 극대화가 1차 목표”라며 “정치권이 국민연금 운용에 개입하면 가입자가 아니라 정치권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