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누비는 강소 중소기업이 떠오르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특화된 영역을 발굴하고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을 축적한 이들 강소기업은 대한민국 수출전선의 새로운 첨병으로 거듭나고 있다. 산업·문화재용 화재방재 시스템을 생산하는 창성에이스산업, 산모·영아용 의료기기 틈새시장을 개척한 비스토스는 창업 초기부터 해외시장을 개척해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대표 기업들이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두 업체는 국내 창업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삼성·LG·중국 BOE서 찾는 반도체 화재방지 시스템

창성에이스산업


이의용 창성에이스산업 대표가 반도체 장비 자동소화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제공
이의용 창성에이스산업 대표가 반도체 장비 자동소화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제공
2010년 6월 보물 142호인 서울 종로의 동묘 중문. 한 노인이 토치램프에 불을 붙여 방화를 시도했다. 현장의 불꽃감지기가 즉각 반응했다. 출동 경비원들이 재빨리 노인을 붙잡았다. ‘제2의 숭례문 참사’로 이어질 뻔한 방화 시도를 막아낸 것은 창성에이스산업의 불꽃감지기였다.

이의용 창성에이스산업 대표는 1990년 화재 방재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근무하던 그는 산업용 자동 소화시스템에 주목했다. 고가 설비가 많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장에서는 화재를 신속히 진압하는 장비가 필수다. 당시 하쓰다 등 일본과 미국 회사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1998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장비 보호형 자동소화 시스템을 내놨다.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수동으로 조작하던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다. 디지털 온도 제어기가 실시간으로 온도와 불꽃을 파악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자동으로 소화기를 작동하는 방식이다. 매년 R&D에 매출의 10% 이상을 투자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받은 특허만 89건에 이른다.

창성에이스산업은 국내 시장의 75%,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글로벌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와 중국 디스플레이 회사인 BOE, 일본 반도체 업체인 도쿄전자 등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의 약 30%를 해외에서 올렸다.

창성에이스산업은 불꽃감지기 시장에서도 국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열영상 화재 감지 시스템, 유해 물질 누출감지기 등도 내놓고 있다. 이 대표는 “2020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태아·신생아 진단기기 만들자…매출 95%가 해외서

비스토스


이후정 비스토스 대표가 유아용 인큐베이터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제공
이후정 비스토스 대표가 유아용 인큐베이터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제공
21일 경기 성남의 비스토스 본사. 신생아용 인큐베이터의 체중 측정 오차를 5g 안쪽으로 줄이는 연구원들의 실험이 한창이었다. 독일 유명 의료기기 회사인 하이넨&루벤스타인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납품을 앞두고 막판 품질시험을 하고 있었다. 이후정 비스토스 대표는 “하이넨&루벤스타인 납품은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초음파 전문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 출신이다. 태아, 신생아용 진단기기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2001년 회사를 차렸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태아 심장소리를 듣는 심음 측정기와 태아 몸상태를 화면에 띄워주는 감시장치를 제작했다.

이 대표는 “해외 제품과는 무조건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인큐베이터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로 인큐베이터의 측정 데이터와 영상 정보를 의사의 스마트폰에 실시간 전송하는 기능을 넣었다.

비스토스는 창업 초부터 해외를 공략했다. 그는 “독일 미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 업체의 OEM시장 위주로 공략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비스토스는 작년 매출의 95% 정도를 중동, 남미 등 해외 70여개국에서 올렸다.

이 대표는 최근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을 겨냥해 ‘전자동 유축기’를 내놨다. 직장인 여성의 모유 수유를 돕는 제품이다. 스위스 메델라 등 해외 제품과 비슷한 기능이지만 값은 절반 정도로 저렴하다. 그는 “미국(FDA), 유럽(CE) 인증이 나오는 대로 해외 판매에 들어갈 것”이라며 “현지 유통망을 활용해 월마트, 아마존 등에 납품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