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즈 작년 매출 4천500억…롯데마트도 '테' 내놓고 본격경쟁

긴 불황 속 일본계 SPA(제조·유통 일괄형)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만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국내 대형 마트들도 잇따라 의류 부문을 강화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가격 경쟁 중심의 마트 마케팅이 한계에 이르자, 과거 식품·생활용품에 밀려 매장 구석을 지키던 의류 등 '구색 갖추기'용 품목들이 새로운 '차별화', '집객(손님 모으기)' 무기로 주목받는 것이다.

최근 백화점이 업태상 본류인 상품 판매보다 부속 서비스격인 디저트 등 식음료관에 더 공을 들이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 마트 의류 매출 비중 12~16%…"쇼핑 재미·구매욕에 필수아이템"
20일 유통·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SPA 브랜드 가운데 매출 1위는 유니클로(UNIQLO)이다.

지난해 11월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2015회계년도(2014년 9월 1일∼2015년 8월 31일)에 무려 1조1천16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2005년 9월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만에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한국 SPA 업계에서 '독주'하는 유니클로의 뒤를 추격하는 매출 2위 브랜드는 자라(ZARA)나 H&M 등 글로벌 브랜드가 아니라, 바로 토종 할인점 이마트의 자체 의류브랜드(PB) '데이즈(Daiz)'이다.

이마트가 자체 패션 브랜드들을 통합해 2009년 내놓은 데이즈는 국내 대형마트 최초의 SPA 브랜드로, 출범 당시 2천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4천500억원으로 불과 6년만에 2.25배로 불었다.

현재 81개 이마트 매장 안에서 '샵인샵(shop in shop)' 형태로 운영되는 데이즈는 남성, 여성, 유아동 옷 뿐 아니라 언더웨어(속옷)와 잡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는 2023년 데이즈의 매출 목표를 1조원으로 잡고 2014년과 지난해 각각 신생아 의류 하위브랜드 '데이즈 뉴본', 스포츠 의류 하위브랜드 '제이즈 스포츠'를 잇따라 새로 선보였다.

지금까지 '베이직 아이콘' 등 PB 의류 브랜드를 운영했던 롯데마트도 지난 16일 새 의류 PB '테(TE)'를 내놓고 본격적인 의류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롯데마트는 기존 마트 의류 PB의 한계로 지적된 '평범함'과 '저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유행에 민감한 신진 디자이너와 함께 상품을 소량, 즉시 생산(스팟 생산)하고, 글로벌 브랜드 해외 생산 공장으로부터 직접 공급받는(F2C) 방식을 통해 옷 생산주기(주문부터 입고까지)를 2~8주까지 크게 줄일 방침이다.

아울러 롯데마트는 유명 디자이너·스타 등과의 '콜라보(협업)'을 늘리고, 테 매장도 코디와 휴식의 공간으로 새로 단장한다.

이처럼 마트들이 앞다퉈 의류 PB를 강화하는 것은 우선 의류·잡화가 전체 마트 매출에서 10~15%나 차지할만큼 주요 상품군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패션 부문 매출 비중은 이마트에서 12%, 롯데마트에서 16% 수준으로 집계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할인점으로서 등장한 대형마트가 초기에는 식품 등에서 가격 할인에 집중했지만, 편의점이나 온라인 마켓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차별화가 예전보다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이에 따라 과거 구색 갖추기 수준에서 팔던 식품 외 의류 등 품목들이 차별화 포인트로 주목받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마트 관계자도 "패션·잡화 코너는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계절을 제시하고, 쇼핑의 재미와 구매 의욕을 불러일으키는데 효과적인 상품군"이라며 "마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원스탑' 쇼핑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패션 상품군은 필수적"이라고 SPA 투자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 백화점 "디저트는 온라인과의 확실한 차별 무기"
최근 백화점에서 마트의 의류처럼 손님을 불러모으고 발길을 머물게 하는 역할을 맡은 상품군이 바로 '디저트류'다.

소비 침체에 수 년째 '역(-) 성장'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백화점들이 앞다퉈 디저트 매장을 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12월 중순 이후 올해 1월까지 서울 소공동 본점 식품관에 무려 17개 디저트 매장을 새로 선보였다.

1979년 본점이 영업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디저트 매장 리뉴얼(새단장)이었다.

특히 프랑스 프리미엄 디저트 '위고에빅토르', 도쿄 치즈타르트 브랜드 '베이크' 등은 국내 최초로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성했다.

부산 명물 빵집 옵스(OPS), 티라미스 전문 브랜드 '비스데까', 타르트 전문 브랜드 '타르틴' 등 국내 곳곳의 맛집 디저트 브랜드들도 대거 불러들였다.

전통적으로 디저트류에 강한 현대백화점도 계속 새로운 디저트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에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로 만든 라테·쉐이크·아이스크림·푸딩 등을 판매하는 '옐로우카페'가 입점했고, 지난 1월 무역센터점에는 일본 오사카의 명물 '홉슈크림(크로켓처럼 생긴 슈크림)'이 등장했다.

옐로우카페나 홉슈크림 모두 개점 당시 고객들이 20~30분 이상 줄을 서서 구매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같은 백화점의 '디저트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실제로 관련 매출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 디저트 상품군의 매출 증가율(전년대비)은 ▲ 2012년 30% ▲ 2013년 23% ▲ 2014년 29% ▲ 2015년 23% ▲ 2016년 1~2월 24% 등으로 해마다 20~30%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디저트 매출도 2014년보다 23.2%나 늘었고, 올해 1~2월 매출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7%나 뛴 상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국내외 유명 디저트는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는 대표적 상품군"이라며 "백화점들은 '차별화' 차원에서라도 유명 디저트 브랜드를 계속 유치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