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최종안 조만간 발표…이달 시행령 입법 예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사로부터 독립된 전문가들이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직접 짜 주는 서비스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고객으로부터 상담 보수를 받는 대신 금융 상품 판매사와의 이해관계를 끊어 오로지 투자자 이익에 부합하는 자문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판 의약 분업 제도가 시행되는 셈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독립투자자문업자(IFA·Independent Financial Advisor) 제도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투자자문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달 중 IFA 업무 범위를 규정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5∼6월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의 준비를 거쳐 올 하반기부터는 IFA가 본격적인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FA는 특정 금융사와 이해관계 없이 독립적으로 투자 조언을 해 주는 기관이나 개인이다.

구체적인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현재 영국, 미국, 일본 등 금융 선진국이 IFA 제도를 도입, 운영 중이다.

특히 영국에서는 펀드의 60%가량이 IFA를 통해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제도가 안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초유의 저금리 환경 속에서 금융투자 상품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IFA 도입을 준비해 왔다.

최근 국민 재산 불리기 차원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 줄 IFA의 도입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지난 14∼17일 나흘간 ISA 가입자는 58만6천281명으로 빠르게 불었지만 1인당 가입액은 46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ISA에 대한 관심은 확산됐지만 아직 본격적인 투자를 망설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가입자의 99.44%가 든 신탁형 ISA는 투자자들이 자기 책임하에 예·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골라 채워 넣어야 하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당국은 IFA 제도 도입을 계기로 '금융기관이 팔고 싶은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이 팔려나가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금융상품의 주요 판매 창구인 은행과 증권사들이 프라이빗뱅커(PB)를 대거 양성해 고객들에게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자사에 이익이 되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미끼 서비스'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은행과 증권사가 경쟁적으로 판매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대량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 진입은 이런 관행이 초래한 대표적인 사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구조적으로 봤을 때 금융사들로서는 리스크를 직접 지지 않고 판매 수수료 수입을 챙기면 되므로 굳이 투자자의 장기적 이익에 충실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지 않는 게 현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IFA 제도 도입 방안을 막바지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IFA의 수입 체계, 보험 판매 허용 여부 등 일부 쟁점 관련 내용의 최종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