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뉴욕 주식시장과 국제 원유시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달러화 강세 우려를 잠재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이 기폭제가 됐다. 국제 금융 및 상품시장에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연간 상승률 마이너스 벗어난 미 증시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9% 오른 17,481.49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31일 종가를 넘어서며 연간 상승률이 올해 처음 플러스로 돌아섰다. S&P500지수도 이날 0.66% 오르며 2040.59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지난해 종가인 2043.94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지수 상승은 경기지표가 호조를 띤 탓도 있지만, 전날 FOMC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에 신중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한 옐런 의장의 역할이 컸다. 미국 제조업의 수출 둔화와 수익성 악화의 주원인이었던 달러화 강세의 우려를 잠재운 것이다.
옐런 효과, 달러 떨어지고 원자재값 급등…WTI, 40달러 돌파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5% 하락하며 94.8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점까지 밀렸다. 달러 가치는 유로화 대비 0.87%, 엔화에 대해 0.9%, 파운드화에 대해 1.6% 각각 하락했다.

외신은 “증시 친화적인 FOMC 결정이 고용시장의 강세와 함께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에서도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3.67% 내린 14.44로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다. 변동성 지수가 20을 밑돌면 주식시장에서는 매수 신호로 받아들인다. 전날 FOMC의 온건한 성명서가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한 탓이다.

◆브렌트유 이어 WTI도 40달러대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4월물은 전날보다 4.52% 오른 배럴당 40.20달러에 마감했다. 올 들어 최고 가격이자 지난해 12월10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처음으로 40달러를 찍었다. 이날 런던 ICE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도 3.0% 상승한 41.54달러에 마감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비(非)OPEC 주요 산유국이 다음달 17일 카타르 도하에 모여 원유 생산량 동결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유가 상승을 지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73%가량을 차지하는 15개 국가가 이날 회동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회동에서 생산량 동결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수급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산유국의 의지가 확인된 것 자체가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 유가는 지난달 11일 배럴당 26달러대까지 떨어지며 12년 이래 최저점을 기록했다가 1개월여 만에 50% 이상 급반등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 원유 재고량이 예상을 밑돈 130만배럴 증가하는 데 그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공급과잉 해소 움직임과 달러 약세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이외에 금을 비롯한 다른 원자재 가격도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금 선물은 전날보다 2.9% 오른 온스당 1265달러를 기록했고 아연과 구리 등 주요 금속도 일제히 3%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이날 기준금리(연 11%)를 동결한 러시아 중앙은행은 원유 공급 과잉의 지속과 중국 경제 둔화, 이란의 추가 생산 등으로 유가의 상승 랠리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