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기업은 글로벌 인재 '블랙홀'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속에서도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의 인터넷산업이 ‘인재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을 필두로 한 인터넷 기업들은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금융 유통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은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중국 내에서 최고의 직장으로 꼽힌 국유 기업이 누적된 부실로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되자 고급 인재들이 인터넷 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CCTV 간판 앵커까지 인터넷 기업행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국영방송 CCTV의 간판 뉴스앵커 출신인 랑용춘이 최근 중국의 전자상거래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자오강닷컴 부사장으로 영입됐다고 17일 보도했다. 랑용춘은 CCTV에서 23년간 근무하면서 지난해까지 저녁 시간 메인 뉴스를 진행했다. 그는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지만 인터넷산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은 최근 프록터앤드갬블(P&G)에서 중국 뷰티사업 대표를 맡고 있던 로라 숑을 마케팅담당 이사로 채용했다. 당시 그는 P&G를 떠나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소비재 유통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글을 남겨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글로벌 식품업체 네슬레의 완링 마텔로 부사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발탁했다. 알리바바는 또 마이클 에번스 전 골드만삭스 부회장도 영입해 글로벌비즈니스담당 사장에 임명했다. “알리바바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가 필요하다”는 게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생각이다.

동영상 사이트 운영업체로 출발해 최근 전기차 스마트폰 가전 금융 등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러스왕도 올초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서 아시아 기술주를 담당하던 윈스턴 청을 비롯한 글로벌 인재를 다수 채용했다.

◆사업 확장 위해 다양한 인재 충원

중국 인터넷 기업이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차이중신 알리바바그룹 부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변호사와 사모펀드 업무를 하다가 1999년 알리바바에 합류했고, 마틴 라우 텐센트 사장은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다가 2005년 텐센트에 영입됐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헤드헌팅회사 에곤젠더의 빌 킹 파트너는 “과거에는 재무나 인사분야 최고책임자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정도였지만 최근 들어선 금융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각 분야 인재가 중국 인터넷 기업으로 몰리는 건 수요자(기업)와 공급자(인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WSJ는 진단했다. 인터넷 기업으로선 사업영역 확장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인재들은 중국 인터넷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크기 때문에 큰 망설임 없이 이직을 결심하고 있다. 중국은 전자상거래업종에서 최근 수년간 연평균 30~40%씩 성장해 이르면 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급여 수준이 과거보다 올라 핵심 인재들이 미국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미국 컨설팅회사 에이온휴잇 분석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기업의 대졸 초임 연봉은 평균 3만9469달러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11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임원급은 평균 22만8013달러로 실리콘밸리(25만달러)와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