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유출 우려 줄어 호재…수출 영향에 대해선 의견 갈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16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현 기준금리인 0.25%∼0.50%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이 2차례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15일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했고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다음날 "이론적으로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릴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0일 0.05%의 기준금리를 0.00%로 낮춰 사상 첫 제로 기준금리를 선언하고 국채 매입 등을 통한 양적완화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은 전반적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전망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ECB의 경기 부양책이 기대를 뛰어넘었지만 미국은 금리 인상 기조를 확인하면서도 유연한 면모를 드러냈고 일본은 완화적 태도를 재차 확인했다.

우리나라도 수출 감소, 내수 부진 등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한국은행의 고민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로 한국에서 외국인 자본의 유출 우려가 줄었지만 수출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약하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여력…금리인하 가능성 커지나
최근 선진국 통화정책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무엇보다 미국 연준이다.

미국이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데다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펴는데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옐런 의장은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이 2차례에 그쳐야 한다며 인상 속도가 점진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상의 전망 횟수가 작년말 권고됐던 4차례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시장에서는 오는 6월 금리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연준과 반대 행보를 할 경우 후폭풍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던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걱정을 덜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또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서두르지 않는 점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국제유가 반등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9개월째 동결한 직후 대외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의 효과가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앞으로 수출과 소비 등 국내 경기 흐름을 차분히 지켜보고 상황이 심각해지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과 유럽이 마이너스 금리 등으로 완화정책을 이어가고 미국도 경기에 대한 판단을 미루면서 금리 인상에 신중한 모습"이라며 "우리나라도 경기 흐름에 따라 금리를 낮출 여지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국들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둘러싼 한국은행의 고민이 커질 수 있는 셈이다.

◇ 대 미국 수출 전망 엇갈려…자본 유출 우려는 한풀 꺾여
미국의 기준 금리 동결 결정이 한국 수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이 경제 회복에 대해 낙관적인 인상을 줬다는 측면에서 대 미국 수출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금리를 인상할 정도로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수출에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미국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낮추긴 했지만 미국의 잠재 성장률이 2.5%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경기가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며 "미국 경기 회복에 따라 우리 수출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경제 지표가 매달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며 "등락하는 변동성을 빼면 미국 경기 회복세는 계속 빠지고 있다"며 수출엔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 시장의 불안이 해소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미루면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이탈할 위험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이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송인창 국제경제관리관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동결은 세계 경제 회복에 도움을 주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잦아들면 글로벌 수요 위축도 완화해 수출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한다고 하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요인이 한층 커질 수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전날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릴 여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출 경합도가 높은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하면 엔화 약세가 두드러져 한국 수출엔 부담스러운 요소가 될 수 있다.

오정근 교수는 "한국은행이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지 않도록 한다면 실물 부문에서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까지 수출 증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김수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