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 투자시 5년간 수수료 최대 96만원…"수익률 보고 가입 바람직"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지난 14일 출시된 가운데 운용을 금융사에 맡기는 일임형 상품의 경우 자칫 배(수익)보다 배꼽(수수료)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사 몫인 수수료 부담이 적지 않아 가입자들이 애초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1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쉬운 신탁형 ISA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매우 낮게 책정한 상태다.

현대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신탁형 기본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일임형(랩형)은 각 금융사가 본사에 운용팀을 두고 고객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수료 부과가 불가피하다.

일임형 ISA를 먼저 내놓은 증권사들은 초저위험 상품은 0.1∼0.3%, 저위험은 0.2∼0.4%, 중위험은 0.5∼0.6%, 고위험은 0.5∼0.7%, 초고위험은 0.8∼1.0%로 수수료를 정해 받기로 했다.

증권사들은 '국민 상품'인 ISA 출시에 맞춰 기존 랩 상품보다는 운용 보수를 크게 낮췄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고객 처지에선 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게 끝이 아니다.

이는 '기본 수수료'에 지나지 않고 일임 계좌에 담기는 상품별로 별도의 운용 수수료가 붙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소액 투자 고객이 많은 ISA의 특성상 머니머켓펀드(MMF),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일부 현금성 자산을 빼고는 일임 고객 투자금의 대부분을 펀드 상품으로 채워넣었다.

일례로 삼성증권의 '고위험 펀드형 ISA'는 국내주식형펀드(24%), 국내채권형펀드(30%), 해외주식형 선진국펀드(21.5%), 해외주식형 이머징국가펀드(5%), 해외채권형절대수익추구펀드(6%), 해외채권형 절대수익추구펀드(6%) 등으로 구성됐다.

이 상품의 기본 수수료는 연 0.8%다.

여기에 개별 펀드 판매·운용 보수를 얹으면 최대 연 2%에 가까운 수수료가 나갈 수 있다.

KDB대우증권도 '적극투자형' 일임 ISA의 기본 운용 수수료로 연 0.7%를 받는다.

여기에 증권사가 제시하는 펀드 상품들을 담으면 최대 0.89%의 펀드 운용 보수가 추가로 붙게 돼 고객은 투자 금액에서 최대 연 1.6%가량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1천만원을 연간 수수료가 2%인 일임형 ISA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수익률 요인을 제외하고 원금 기준으로만 따지면 1년 뒤, 2년 뒤에는 원금이 각각 980만원, 960만4천원으로 줄고 만기인 5년 뒤에는 903만9천원이 남게 된다.

다시 말해 1천만원을 맡겼는데 5년 새 10%에 가까운 96만 원가량이 금융사에 주는 수수료로 나가게 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결국 일임형 ISA의 관건은 각 사의 운용 성과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수수료 비중이 큰 공격형 상품일수록 연평균 수익률 5% 이상의 성과를 꾸준히 내지 못할 경우 수수료를 빼고 나면 특판 예금이나 RP, 원금 보장형 파생결합증권을 위주로 편입한 신탁형 ISA에 가입한 것만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금융 시장 상황에 따라 공격형 상품은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상존한다.

따라서 투자상품 비중이 높은 일임형 ISA에 가입할 때는 국내 증시를 포함한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 금융사의 초기 운용 실적 등을 비교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런 배경에서인지 시판 초기에 수수료 체계가 복잡한 일임형보다는 비교적 수수료와 상품 구성이 단순한 신탁형으로 고객이 몰리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시판 첫날인 14일 32만2천990명이 ISA에 들었는데 99.8%인 32만2천113명이 신탁형에 가입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탁형 위주로 ISA가 판매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일임형에 비해 수수료 부담이 적은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