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험회사인 안방보험이 미국 호텔체인 스타우드호텔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메리어트호텔이 스타우드호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된 지 4개월여가 지난 시점에 메리어트보다 훨씬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판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스타우드호텔은 쉐라톤 웨스틴 W호텔 등 11개 호텔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2014년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미국 스트래티직호텔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외신은 안방보험의 이 같은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M&A) 행보에 대해 “안방보험이 중국의 벅셔해서웨이를 꿈꾼다”는 평가를 내놨다.
'중국의 벅셔해서웨이' 꿈꾸는 안방보험…"미국 호텔 스타우드 사겠다"
◆스타우드 인수 판 뒤집히나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중국 안방보험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스타우드호텔을 주당 현금 76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총 인수대금은 129억달러(약 15조4000억원)에 달한다. 안방보험의 이번 인수 제안은 스타우드 측의 요청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안방보험의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우드호텔은 지난해 11월 메리어트호텔이 주당 72.08달러의 현금 및 주식지급 조건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이미 두 회사 이사회 승인까지 거쳐 오는 28일 주주총회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안방보험이 제시한 가격은 메리어트보다 높을 뿐 아니라 전액 현금으로 결제하겠다는 것이어서 메리어트의 스타우드호텔 인수 계획이 혼란에 빠져들었다”고 평가했다. 메리어트 측은 이날 “스타우드호텔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안방보험의 제안은 조건부며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안방보험이 스타우드호텔 인수에 성공하면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M&A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이번 M&A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당장 스타우드 측이 안방보험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일지 확실하지 않다. 메리어트와의 계약을 파기하면 4억달러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의 공격적인 미국 기업사냥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질 수 있어 미국 정부가 이번 M&A를 승인할지도 불투명하다고 WSJ는 진단했다.

◆해외관광 급증 겨냥 호텔 인수 집중

2004년 설립된 안방보험은 3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보험회사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총 280억달러를 M&A에 쏟아부으면서 글로벌 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해외 M&A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은 작년 1월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안방보험은 중국 기업의 대표 선수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며 “회사 투자팀이 M&A 매물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닌 거리를 다 합치면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안방보험의 최종 목표는 중국의 벅셔해서웨이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가이코, 제너럴콜론리 등의 보험회사를 다수 거느리고 있다. 보험회사에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M&A 및 지분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벅셔해서웨이의 사업 모델이다.

안방보험 역시 최근 2년간 벨기에 보험사 피데아, 한국 동양생명, 미국 보험사 피델리티&개런티 등 해외 보험사를 잇달아 인수했다. 안방보험은 이들 보험사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최근 호텔 M&A에 집중하고 있다.

WSJ는 “중국 내수경기가 둔화하자 안방보험은 2014년부터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지역 호텔은 중국인의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있어 안방보험에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