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본원 경쟁력'과 '리튬 생산 및 상업화'로 먹거리 창출

포스코그룹이 100년 후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단기적으로는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철강 기술력을 더 확보해 ‘월드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는 철강 사업의 볼륨을 줄이면서 향후 종합 소재와 에너지·인프라스트럭처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투 트랙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포스코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재무 건전성 제고, 경영 인프라 쇄신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나갈 방침이다. 특히 철강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월드 프리미엄 제품 비율을 내년까지 50%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직원들이 냉연 제품을 출하하기 직전 최종 점검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직원들이 냉연 제품을 출하하기 직전 최종 점검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포스코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로 초석 다진다

포스코는 그동안 글로벌 철강 경기 침체 속에서도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2000년 초부터 독자적인 자동차 강판 기술에 돌입했고 당시 광양제철소를 세계 최대·최고의 자동차 강판 생산 제철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 아래 대대적인 투자를 추진해 2003년 자동차강재연구센터를 준공했다.

포스코는 이러한 지속적 투자로 2010년 대표적 고부가가치 자동차 강판 트윕강(TWIP)을 개발했다. 트윕강은 포스코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에 성공한 강재로, 강도와 가공성을 모두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꿈의 강재’로 평가 받는다.

강도는 ㎟당 100㎏의 하중을 견디며 동일 강도의 양산재 대비 가공성이 무려 5배 높다. 따라서 충격 흡수가 탁월해 충돌 시 주로 자동차의 앞뒤 부분인 범퍼 빔 등에 적용해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포스코가 개발한 고온 프레스 성형(HPF)은 통상 철강재의 강도가 1.5GPa(㎟당 150㎏까지 하중을 견디는 힘)보다 높아지면 가공이 어려워지는 단점을 보완해 열처리 시 가공성을 높인 제품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포스코가 유일하게 세계 최고 강도 수준인 2GPa급 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그 결과 포스코는 올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6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전 세계 철강사 중 최초로 기술 전시회를 열며 기술을 뽐냈다. 트윕강·HPF강을 비롯해 포스코 고유 제품과 30여 종류의 미래 자동차 소재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포스코는 현재 전 세계 10개의 자동차 강판 생산 공장 및 24개의 가공센터를 통해 도요타·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톱 15개사를 비롯해 세계 전역의 완성차 업체 및 부품 제조사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향후 포스코는 현재 860만 톤 수준인 자동차 강판 판매량을 2018년까지 1000만 톤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포스코는 올해 그룹 100년의 미래를 밝힐 신성장 사업 육성에도 승부수를 던졌다. 포스코가 지난 2월 14일 아르헨티나에 전기자동차 이차전지의 원료가 되는 리튬 생산 공장을 착공하고 본격적인 상업화를 추진한 것이다. 리튬은 전기자동차, 노트북 컴퓨터, 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이차전지의 필수 소재다.

해발 4000m 포주엘로스(Pozuelos) 염호에 들어설 이 공장은 이차전지용 고순도 리튬을 연간 약 2500톤 생산해 자동차 배터리용 양극재를 생산하는 국내외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전기차 한대당 배터리 원료로 리튬이 40kg정도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리튬은 연간 약 6만 대 분량이다. 면적 106㎢에 달하는 포주엘로스 염호는 리튬 매장량이 150만 톤으로 추정돼 공장이 들어서기에 최적지로 꼽힌다.
100년 후 미래를 준비하는 포스코
◆권오준 회장의 의지가 담긴 리튬 사업

포스코는 올해 초 포주엘로스 염호의 광권을 소유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리테아(Lithea)와 원료 공급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 염호 사용 권한을 확보했다. 이후 독자 기술력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고 리튬 사업 진출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 공장에는 기존 공법으로 리튬 추출에 1년 이상 소요되던 기간을 화학반응을 통해 획기적으로 단축한 포스코의 독자 기술이 적용된다.

포스코가 2010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고효율 리튬 추출 기술’은 기존 ‘증발 추출법’에 비해 넓은 면적의 염전이 필요 없고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도 적다. 또 리튬 추출 시 손실이 거의 없어 적은 양의 염수를 이용해도 기존 공법 대비 동일한 양의 리튬 추출이 가능한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술로 꼽힌다.

포스코의 리튬 사업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0년부터 생산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한 대표적인 사업이다. 독자 기술 개발 이후 최근까지 2톤, 20톤, 200톤으로 시험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늘리며 대량생산 및 경제성 확보 가능성을 점검해 왔다.

리튬의 세계시장 규모는 2002년 7만 톤에서 지난해 17만 톤 규모로 성장했다. 2020년에는 27만 톤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포스코가 생산하게 될 이차전지용 고순도 리튬 제품 원료 시장은 2020년 전체 시장 규모 중 50%에 해당하는 13만5000톤 규모로 전망되는 유망 시장이다.

하지만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리튬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급 불안정 및 가격 상승의 이중고를 겪어 왔다.

국가적으로 전기차의 대중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리튬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신규 사업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 리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글로벌 이차전지 업체들이 제품 양산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에 리튬 공급 계약 가능성을 타진해 오고 있다.

권 회장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착공식 다음날인 2월 15일 권 회장은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갖고 포스코 리튬 추출 기술의 우수성과 기술 개발 경과 등을 설명했다. 또한 리튬 개발에 필요한 아르헨티나와의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 가기로 했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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