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약세를 보였던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 주식시장이 이달 들어 활기를 찾고 있다.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완화되면서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들 신흥국 시장의 회복세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을 둔 게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서면 신흥국 증시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지난 10일 906.02포인트(1.86%) 오른 49,571.11에 장을 마쳤다. 이달 들어 16% 가까이 반등했고 연중 저점(1월26일 종가 37,497.48)보다는 30% 이상 올랐다.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요 신흥국 증시도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의 RTS지수는 같은 기간 10% 가까이 올랐고 인도의 센섹스지수도 8% 가까이 상승했다.

마이너스 금리 확대, 회사채 매입 등 유럽중앙은행(ECB)이 강력한 통화정책을 내놓으면서 과매도(주가가 폭락해 투자자들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 국면에 놓였던 신흥국 시장에 ‘안도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국의 정책 공조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완화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경향이 두드러져서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증시에 대한 경계감을 높여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이달 들어 신흥국 증시가 동반 상승한 건 선진국의 추가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국제 유가 상승 등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펀더멘털은 바뀐 게 없는 만큼 그동안의 가격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시각이 잇따른다. 지난 15일과 16일 이틀간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문에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진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올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시그널(신호)이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글로벌 주식시장에 퍼져 있다”며 “신흥국 증시는 선진국 통화정책 기대감이 이미 반영된 데다 그동안의 기술적 반등에 따른 조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