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마음가짐 바꿔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아시아 국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최근 인도의 개혁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의 조속한 경제구조 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IMF와 인도 재무부가 11∼13일 개최한 '전진하는 아시아' 회의를 위해 인도를 방문한 이창용 국장은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 2년의 변화를 "속도를 내기 어려웠던 인도 코끼리가 달리기 시작했다"고 비유했다.

이번 회의를 직접 담당한 책임자인 이 국장은 우선 이번 회의가 인도에서 열린 것 자체가 인도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IMF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을 6.3%로 전망한 반면, 인도는 7.5%로 전망하고 있다.

이 국장은 "종전에 인도는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해도 토지 획득이 어렵고 주(州)별로 상황이 달라 비즈니스하기 어려운 등 여러 구조적 문제 때문에 잠재력에 비해 성장이 빠르지 못했다"면서 "인도가 모디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바꿔보자'는 모멘텀이 생긴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모디 정부가 어떤 정책을 전국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더라도 가능한 주부터 지원해 먼저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이로 인해 주별 경쟁이 벌어지는 등 긍정적 효과가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도의 개혁이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서는 "잔에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보는지 반밖에 없다고 보는지 차이"라며 올해 예산안에서 재정적자 목표를 3.5%로 약속하고 이를 지키고 있는 것과 인도 중앙은행이 5% 인플레이션 목표를 지키고 있는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도 성장률 통계의 신뢰성과 관련해서는 "미국 수준으로 보면 모자란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중진국 통계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질이 좋다"면서 "오히려 통계를 정확하게 잰다면 중국이나 인도는 지하경제 때문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세계 경제가 위기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최근 중국의 성장 둔화도 중국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기조로 이전하는 추세 속에 있기에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 둔화가 주변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우려스럽다면서 "중국이 1% 포인트 성장이 둔화하면 평균적으로 다른 아시아국가는 0.3∼0.35%포인트 정도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중국 의존도가 높고 수출에서 중국 내수 기업과 경쟁을 많이 하며 중국 투자재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었기에 중국의 성장둔화의 부정적 영향을 다른 아시아국가보다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이미 선진국이 됐기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성장을 계속할 수 없다"며 경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제조업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국내에 제조업 종사자 수는 감소하고 있다"며 "제조업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가야하는데 생각이나 정책·제도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이공계에 우수인력이 많이 갈 때에는 이를 통해 제조업이 성장한 것처럼 현재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 법대로 많이 간다면 이처럼 인재가 몰리는 분야를 산업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도 개혁에는 첨예한 갈등이 따르기에 정치권에서 합의를 이끌어내 줘야 하는데 정치권이 이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화·재정·환율 정책으로는 단기적으로 변동시킬 수는 있어도 경제가 하락하는 큰 추세를 막을 수는 없다"며 "어떻게 창업을 쉽게 할 수 있게 해 주느냐, 청년 등이 해외에서도 쉽게 일할 수 있게 하느냐,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와서 일자리를 만들게 하느냐 등을 위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이 국장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G20(주요 20개국) 기획단장을 거쳐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가 2014년 2월 한국인으로서는 IMF 최고위직인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에 취임했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