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내년까지 전 계열사서 퇴진… '신동빈의 롯데' 가속화

신동빈 회장 중심의 이른바 ‘신동빈의 롯데’가 가속화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잇따라 승리한 것이다.

게다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비롯해 롯데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모두 퇴진할 전망이어서 롯데그룹을 둘러싼 8개월간의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성년후견인 심리 남았지만 영향 작을 듯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3월 6일 도쿄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기한 이사진 해임 안건을 부결시켰다.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7명의 이사진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신 전 부회장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이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월 롯데홀딩스 상장을 전제로 “종업원지주회 직원 1인당 25억원의 상장 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종업원지주회는 지난해 8월에 이어 재차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롯데그룹은 이날 “신 회장에 대한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확고한 지지가 재확인됐다”며 “신 전 부회장의 반발로 촉발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7월 이후 신 전 부회장 측의 활동은 국가 경제 악영향은 물론 롯데 임직원과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라며 “롯데의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상법상 질서를 저해한 행위에 대해선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됐다. 이어 7월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됐다. 신 전 부회장은 이후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하고 자신을 그룹 후계자로 인정한다는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를 공개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실패했다.

지난해 8월 열린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주주 과반수 동의로 통과된 것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한국에서 진행 중인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심리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대리인이 필요한지 여부를 다투는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 청구’에서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으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은 서울대병원이 맡는다. 서울가정법원 재판부는 지난 3월 9일 열린 둘째 심리에서 신 전 부회장이 요청한 서울대병원을 정신감정 기관으로 정했다. 이번 심판을 청구한 신정숙(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씨 측은 삼성서울병원을 원했지만 재판부는 신 전 부회장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신 총괄회장은 다음 달 말까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2주 정도 검사를 받게 된다. 정신감정 결과는 오는 5월쯤 나올 예정이다. 법원은 6월쯤 최종 결론을 낼 전망이다.

하지만 개별 소송에서 신 전 부회장 측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더라도 신 회장 중심의 현 그룹 지배 구조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총 승리 후 경영권 강화 드라이브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승리한 이후 경영권 강화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국 롯데의 중간 지주사로 평가받는 롯데제과는 3월 25일 사내·외 이사 선임의 건, 액면 분할 등의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주총에서는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신 총괄회장과 신항범 롯데제과 전무 대신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과 민명기 롯데제과 전무를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된다. 신 회장과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이사는 재선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를 설립한 1967년 이후 49년 만에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 총괄회장은 3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호텔롯데 등기이사직에서도 퇴진할 전망이다. 신 총괄회장은 1973년 호텔롯데 법인을 설립할 때부터 사내이사를 맡아 왔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로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19.1%)를 비롯한 한일 롯데그룹 계열사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와 호텔롯데를 비롯해 나머지 5개 롯데 계열사 등기이사 자리에서도 순차적으로 물러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오는 11월 부산롯데호텔을 시작으로 내년 3월에는 롯데쇼핑과 롯데건설, 5월엔 롯데자이언츠 등기이사 임기가 끝난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알미늄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8월이면 롯데그룹 전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되는 셈이다.

신 전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일본 광윤사의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한 절차도 시작된 상태다. 광윤사는 한일 롯데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말 광윤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작년 10월 신 회장을 광윤사 이사회에서 해임하고 신 전 부회장을 광윤사 대표이사로 선임) 취소’ 소송을 냈다.

한편 롯데제과는 3월 25일 정기 주총에서 액면가를 지금의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추는 안건도 상정한다. 주식 수를 10배로 늘려 거래량을 늘리는 게 주가 상승에 긍정적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액면 분할이 완료되면 롯데제과의 총발행 주식은 142만1400주에서 1421만4000주로 증가한다. 안건이 승인되면 10분의 1로 싸진 롯데제과 신주가 5월 17일부터 거래된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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