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지난달 현대증권 매각, 대주주 사재 출연 등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한진해운 역시 자산매각, 비용감축 등을 포함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밝혔다. 채권단도 과거와는 달라진 분위기다. 해운업 구조조정이 점차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뼈를 깎는 심정일 것이다. 두 회사 모두 2013년 말 자구노력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자 마지막 승부수로 내놓은 추가적 자구계획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한진해운만 하더라도 팔 수 있는 건 모조리 판다는 각오로 600% 수준인 부채비율을 어떻게든 400% 밑으로 끌어내릴 방침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초대형 선박 발주를 위한 선박펀드 지원 조건을 갖춰 회생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다.

앞서 자구안을 내놓은 현대상선도 마찬가지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 등을 통한 고강도 유동성 확충과 함께 그동안 수익성 저하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용선료와 관련해 지난달 말부터 5곳의 해외 선사를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인 점이 눈길을 끈다. 해운업황이 최악이어서 해외 선사들 역시 다른 대안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당시 한국의 외채협상 법률고문으로 활동한 마크 워커 미국 밀스타인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고용해 성역처럼 여겨온 용선료 협상의 문을 두드렸고, 마침내 긍정적 결과가 예상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기업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나서면서 생존 돌파구도 조금씩 열리는 분위기다. 현대상선, 한진해운이 각각 추가 자구계획을 통해 회생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친김에 한국 해운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라는 더 큰 그림의 구상도 함께 나왔으면 한다. 해운업이 주기적으로 부침을 거듭하는 데는 산업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한국 해운업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측면도 적지 않다. 개별기업의 자구계획 차원을 넘어 인수합병(M&A)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등 더 담대한 구조조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