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지난해 급격한 대출증가 유지하면 그게 문제"
주택업계 "기껏 살아난 부동산경기 도로아미타불 돼"


올 1∼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크게 감소한 가운데 이것이 가팔랐던 가계대출 증가세의 정상화 과정인지 아니면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시사하는 징후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인다.

금융당국과 금융업계는 2014년 하반기부터 작년 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던 만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증가세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주택건설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주택경기를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과도한 대출 규제정책을 펼치면서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고 바라본다.

◇ 주택업계 "대출규제 부정여파 예상보다 커…시장 급랭"

14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통계를 종합하면 올 1∼2월 집단대출을 제외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사실상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집단대출을 제외한 올 1∼2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조9천억원으로 2014년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가 시행되기 이전의 대출 증가 수준을 나타냈다.

주택건설업계는 최근 주택 거래량 감소와 주택담보대출 감소 추이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14년 하반기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 이후 겨우 살아났던 주택시장 불씨가 정부의 금융규제 강화로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말 이후 시장에 불안심리가 과도하게 퍼지면서 통상적인 조정과정을 넘어 주택거래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주택거래량이 줄어들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부정적인 영향이 생각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집단대출 심사 강화 경향에 대한 반발도 나온다.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은행들이 아파트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을 거부 또는 감액하면서 1만2천여가구 피해를 보았다며 조속한 대출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 금융권 "작년 과다 증가에서 정상화…대출규제 영향도 지켜봐야"

그러나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감소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다소 온도차가 있다.

금융권은 지난해 지나치게 가팔랐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지난해의 높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오히려 그게 문제"라며 "증가세가 꺾였다고 반드시 추락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동향을 연착륙과 경착륙 둘 중 하나로 평가해야 한다면 주택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경착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수도권부터 2월 1일 시행됐는데 최근 서울 지역 주택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변화가 덜 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대출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그런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당국 "가계부채·주택시장 연착륙 모두 중요"

대출규제가 주택시장을 냉각시켰는지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자 금융당국은 지난 10일 금융권과 주택건설업계 관계자가 모두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건설업계는 이 자리에서 작년 하반기 이후 시중은행이 집단대출을 거절한 신규분양 사업장 사례를 제시하면서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집단대출의 공급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거치식 분할상환으로 하되 소비자가 비거치식을 선택할 경우에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일부 사업장의 집단대출 거절은 여신 규제에 따른 것이 아니며 입지선정이나 분양률 등 사업타당성을 토대로 결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추이에 대해 금융위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연착륙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평가하고 "주택담보대출 추이에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향후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가계부채의 연착륙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가장 피해야할 것은 냉온탕을 오가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노희순 책임연구원은 "금융권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지만 최근처럼 옥석을 가리지 않고 대출을 전반적으로 옥죄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 정책을 갑자기 뒤집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시장에 팽배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역할은 당국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