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단기성장률 등락에 일희일비 이유 없다
한국 경제 위기설을 해소하기 위한 구조개혁 실현이 시급하다. 최근 경기지표 부진으로 또다시 한국 경제에 대한 일방적 비관론과 대안 없는 정책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 여건 변화를 도외시한 과도한 부정론은 불안심리를 증폭하고 경제 의욕을 떨어뜨려 성장에 독이 된다. 새해 들자마자 몰아닥친 중국 주식시장 붕괴, 국제 유가 폭락과 같은 대외 충격과 내수 부양책 종료 등을 감안하면 연초 경기 둔화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으로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세계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교역량이 급감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과 수출 규모는 2015년에 각각 세계 11위와 6위로 이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외 경제의 성장구조가 급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큰 폭의 성장률 반등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세계 경제는 새로운 경제질서와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한동안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 위상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등 거대 신흥국들도 성장궤도를 하향 조정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유효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산업 혁신도 아직은 미약하다.

한국 경제 또한 외환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기반을 구축하지 못해 성장잠재력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성숙화된 주력 산업의 수익력과 고용능력은 저하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노령화로 내수 여력도 소진되고 있는데, 노동 양극화 등으로 정치사회 갈등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대내외 성장동력의 기조적인 약화 속에서 빠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원한다면 경제 전반의 퇴화현상을 쇄신하는 구조개혁을 통해 신(新)성장판을 하루속히 열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 단기 경기지표 등락에 너무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성장 기반 강화가 없는 성장률 상승은 한순간에 사라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일본 경제는 구조개혁 없이 경기 회복정책을 반복하다가 결국 장기 경기침체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책성과 평가는 거품처럼 꺼지는 단기성장률 상승보다 잠재성장력 제고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성장잠재력은 효능을 다한 성장틀을 바꾸는 경제혁신과 구조개혁을 통해서만 확충된다. 이의 성과를 거두려면 강력한 실행력과 일관성이 필요하다. 개혁 초기에는 저항과 갈등에 따르는 전환비용의 발생으로 오히려 성장이 둔화하지만 임계점을 지나면 급속히 성과가 나타나는 제도개혁의 ‘제이(J)커브 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동개혁과 서비스업 규제 혁신이 국회의 입법 마비로 큰 장벽에 부딪혔으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부터라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경제개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혁신에 힘이 붙으려면 경제사회 기저에 흐르는 긍정적인 변화를 찾고 솟아나는 희망 인자들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제도 개선과 규제 철폐 등으로 살아나는 벤처 창업과 중견기업들의 성장, 인터넷은행이나 신약 개발 등 신사업의 대두, 기업 단위 노사 간 상생협력 기운 등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대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 지원정책의 효율성도 최대한 높여야 한다. 우선적으로 정책의 난맥상과 비효율성을 제거해야 할 부문이 한국 경제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일자리, 중소기업, 연구개발 분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개혁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현하면 성장률 상승 효과가 회원국 중 가장 클 것으로 평가했다. 경제개혁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는 변화에 따르는 일시적 고통과 상대적 불이익을 감수하는 인내심, 공동체 의식의 발현도 절실하다.

유병규 <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yabraham113@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