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권 10년 연장과 허가제→신고제 전환은
야당 반대로 법개정 난항

신규 사업자 추가는 정부 고시만으로 가능해

신세계·두산·한화 등 14일 긴급 대책회의
정부, 면세점 추가 허용 유력…기존업계 반발

면세점 제도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정부가 일단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추가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권 기간 연장(5년→10년)이나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것과 같이 법 개정이 필요한 개편은 국회 통과가 불확실한 반면 신규 사업자 추가 허용은 정부의 고시 개정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HDC신라 한화 신세계 두산 등 기존 면세점업계 대표들은 14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규 사업자 허용 검토 중”

정부, 면세점 추가 허용 유력…기존업계 반발

정부는 오는 16일 기획재정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주최하는 공청회를 열고 면세점 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한다. 이 논의 과정을 거쳐 정부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공청회에서는 현재 5년인 면세점 사업권 기간을 10년 또는 15년으로 늘리는 것과 면허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

하지만 공청회가 열리기도 전에 정부가 면허 요건을 완화해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추가 허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권 기간 연장 등 법 개정이 필요한 대부분의 개편 방안은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권 기간을 연장하는 관세법 개정안은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 등이 이미 발의한 상태이지만 야당 반대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반면 면세점 사업자 추가는 관세청장 고시로 손쉽게 할 수 있다.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 6조3항에 따르면 ‘전년도 말일을 기준으로 외국인 입국자가 지역별로 30만명 이상 증가한 경우’ 면세점 신규 특허(특별 허가권)를 부여할 수 있게 돼 있다. 입국자 숫자를 조정하거나 지역 기준 등을 추가하면 얼마든지 신규 사업자를 지정할 수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2010년 4조5000억원이던 면세점시장 규모가 2015년 9조8000억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커지는 등 급성장하고 있는 데다 면세점을 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더 있다”며 “신규 사업자 추가 선정을 위해 면허 요건을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국회 눈치 보며 오락가락

기존 면세점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검토가 시장 혼란을 야기하는 땜질식 처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사업권을 따낸 신세계와 두산, 하나투어 등의 반발이 거세다. 어렵사리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마당에 사업자가 더 생기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정부가 면세점 제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10월에 공청회를 열 때만 해도 면세점 사업권 기간(5년) 연장이나 면허 요건 완화는 검토 사항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특허 수수료율 인상, 독과점 완화를 위한 대기업의 면세점 사업 제한 등이 주된 관심사였다.

논의 주제가 급변한 것은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기존 사업자인 SK(워커힐점)와 롯데(월드타워점)가 탈락하면서부터다.

기존 대형 사업자가 갑자기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2200여명의 일자리도 날아가게 됐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면세점 개편의 초점이 ‘일자리’에 맞춰졌다. 일자리를 되살리려면 SK와 롯데에 사업권을 다시 내주든가, 아니면 사업권 기간을 연장해줘야 하는데 정부가 국회 벽을 넘어야 하는 ‘기간 연장’ 대신 손쉬운 ‘사업자 추가 허용’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독과점이 이슈가 되면 신규 진입을 제한한다고 했다가 일자리 창출이 부각되니까 다시 사업권을 더 주겠다는 게 정부 발상”이라며 “정부가 상황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국회나 업계, 여론 등에 휘둘리면서 면세점 정책이 오락가락해 시장 혼선만 초래하고 있다”며 “결국 면세점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원기/정인설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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