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재무건강은 '안녕' 하신가요?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예전과 달리 요즘 노부모들은 대부분 자녀와 동거하기보다 독립적인 삶을 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8년에는 33%가 자녀와의 동거를 희망한 반면 2014년에는 19%만 자녀와 동거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우리 주변만 봐도 혼자 혹은 부부끼리 살고 있는 노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홀몸노인 또는 노부부로 이뤄진 노인 단독가구는 1994년에는 45%였지만 2004년 55%, 2014년 68%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노인들로 구성된 가구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가 경제적 불안감(25.8%)과 심리적 불안감(21.7%)을 호소했다. 몸이 아플 때 누가 자신을 간호해 줄 것인지(25.6%)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독으로 가구를 꾸리게 되면서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의 가계부채 문제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말 발표한 ‘고령층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에 따르면 한국 고령층의 가계부채 문제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현재 금융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무려 74%에 이른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 고령층의 가계부채 비율이 20~30%인 것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반면 노후에 안정적으로 소득을 보장해주는 연금소득은 다른 나라보다 낮다. 연금소득이 전체 노후소득의 70%를 웃도는 유럽 국가와 달리 한국 고령층의 연금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30%에도 못 미친다. 총자산 중 금융자산 비율이 낮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모와 자식 사이에 돈 이야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다. 혹여 자식에게 짐이 될까 봐 도움이 필요해도 말하지 않는 게 부모 마음이다.

여생 동안 쓸 생활비는 충분할지, 예상하지 못했던 부채 상환 문제는 없을지 홀로 고민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경제적인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아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넘어 건강 상태에 이르기까지 부모님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나의 노후 준비와 더불어 부모님의 재정상태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신혜형 < 삼성생명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