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 이 시장에서 중국 은행들의 시장 점유율은 1.8%에 불과했다. 나머지 98.2%는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인터넷 기술을 금융에 접목한 ‘핀테크’ 기업이 차지했다. 그 덕분에 핀테크 기업은 지난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1500억위안의 수익을 올렸다. 2020년이면 이 규모가 4000억위안으로 급증할 것으로 시장분석업체 카프로나샤는 전망했다.

낙후된 중국 금융산업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등장한 중국의 핀테크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금융회사를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폭풍 성장' 중국 핀테크 기업들, 은행마저 위협
◆은행 위협하는 중국의 핀테크 기업들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파이낸셜은 다음달 유상증자를 통해 31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상증자 과정에서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가치가 500억달러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미국 우버와 대등한 수준이다. 앤트파이낸셜은 조달한 자금을 홍콩의 복권회사 에이지텍홀딩스 인수, 우체국저축은행 지분 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앞서 텐센트가 설립한 인터넷은행 위뱅크는 설립 1년이 채 안된 시점에 자금을 조달하면서 기업가치를 55억달러로 평가받았다. 위뱅크는 중국 은행들이 신용위험 평가가 힘들다는 이유로 외면해온 중소 상공인 및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을 주 사업으로 삼고 있다.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위챗, 모바일 결제 시스템 텐페이 등을 통해 축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신용등급을 평가하겠다는 것이 위뱅크의 전략이다.

WSJ는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중국 핀테크 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들은 중국 전통 은행의 후진성 때문에 핀테크 기업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분석업체 스태티스타는 올해 중국 핀테크산업 거래액이 4433억달러로 미국(7693억달러)에 이어 확고한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 후진성이 핀테크 기업에는 기회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세계 최대 제조업 대국으로 올라섰지만 금융산업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금융 인프라도 취약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는 37개(인구 10만명당·2014년 기준)로 미국(173개)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신용카드 수도 중국은 0.33개로 미국(2.97개)에 크게 뒤진다.

반면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지난해 50%를 넘어섰고, 스마트폰 보급률 역시 45%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 주목한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각각 알리페이와 텐페이라는 온라인 결제 플랫폼을 내세워 시장을 장악했다.

모바일 결제와 더불어 중국 핀테크산업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개인 간(P2P) 대출 사업이 최근 급성장할 수 있던 것도 중국 은행들이 대형 국유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에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은행에서는 대출받을 수 없는 개인과 중소 상공인이 P2P 대출 시장으로 몰리면서 2013년 55억달러였던 중국의 P2P 대출 시장이 2014년에는 169억달러로 급성장했다.

중국 정부 역시 전통 금융산업의 낙후성을 보완하기 위해 핀테크산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대부분의 핀테크산업 분야에 대해 ‘사전승인’보다는 ‘사후보완’ 방식의 규제를 도입했고, 국유 상업은행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핀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민영은행 설립을 승인해줬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