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민들 마이너스 금리에 '불안'…"ECB 인하효과 보고 판단할 가능성"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의 역풍을 맞아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0일 보도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취임 이후 일본 경제를 회복 기조로 돌려놓기 위해 무엇이든 다하겠다며 '바주카포'라는 별명이 붙은 통화정책 수단을 호기롭게 발표했다.

하지만 다음주 금융정책위원회를 앞둔 요즘에는 '포격을 자제하라'는 압력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 몇주동안 구로다 총재를 비롯한 일본은행 수뇌들은 정책 취지를 설명하는데 분주한 상황이다.

매년 이맘때 일본은행 총재가 의회에 자주 불려가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2002년 이후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이처럼 일본은행에 수세에 몰린 것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국민들의 신뢰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는 데다 대규모 자산매입이 별다른 효과가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우리가 마이너스 금리를 더욱 낮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불안감을 지피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지난 1월말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는 의도대로 차입비용을 낮추었지만 일본은행의 의지에 대한 적지 않은 혼선을 낳았고 은행 저축에 대한 의문을 초래하고 있다.

도탄(東京短資) 리서치의 가토 이즈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발표하면서 추가 인하 가능성에 너무 무게를 실어놓은 것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많은 고령자들이 금고를 사들여 현금을 쌓아두기 시작한 것은 은행이 언젠가는 예금에 수수료를 물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때문이다.

일본언론들은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된 이후 그 부작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 3명당 거의 2명이 마이너스 금리가 무력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소비자 체감지수는 2년여 만에 최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일본은행 관계자들은 '마이너스'라는 용어가 국민에게 부정적 뉘앙스를 갖고 있다고 한탄하고 있다.

일본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에 마이너스 1.1%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기술적으로는 4년 만에 3번째의 경기침체에 빠지는 셈이다.

실질 임금은 떨어지고 있어 올해 가계소득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시는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연초부터 급락했다가 최근 약간 반등한 수준이다.

1월의 인플레이션율은 제로(0)로 되돌아갔다.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런 여건인 만큼 일본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내리거나 자산 매입을 확대하는 것과 같은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일본경제연구센터가 38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84%는 올해 추가 금융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다음주 금융정책위원회에서 추가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점친 이코노미스트는 6명에 불과했다.

다이이치생명연구소의 나가하마 도시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는 어려운 상황에 있으며 일본은행이 나서야 할 때라고 말하고 4월에 추가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그 벽이 높다"고 지적하고 "유감스럽게도 마이너스 금리가 일반 대중의 마음에 일방적인 충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가토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상황은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와 함께 내년으로 예정된 판매세 인상계획의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일부 보좌관들도 이와 같은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가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각국 정부가 통화정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국제적 압력이 일본은행을 짓누를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행이 일단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에 따른 반응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시장이 이에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면 일본은행이 ECB를 뒤따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