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망 조치 망라, 정책금리도 모두 내려 예상 뛰어넘어
드라기 "유로존국가 인프라투자확대·구조개혁노력 배가해야"


유럽중앙은행(ECB)이 10일(현지시간) 현행 0.05%의 기준금리를 0.00%로 낮춰 사상 첫 제로 기준금리를 선언했다.

ECB는 2014년 9월 0.15%에서 0.05%로 인하하고 나서 동결 방침을 고수해왔다.

또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할 때 적용하는 예금금리는 -0.30%에서 -0.40%로 인하하고, 중앙은행이 대출할 때 적용하는 한계대출금리를 0.30%에서 0.25%로 조정했다.

ECB는 나아가, 국채 매입 등을 통한 양적완화 규모를 월간 기존 600억 유로에서 800억 유로로 다음 달부터 확대하고, 투자등급의 비(非)금융 회사채도 매입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ECB는 이날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월례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ECB는 회의 결과를 전하는 보도자료에서 오는 6월부터 4년 만기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 시즌 2도 가동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CB가 기업과 가계 대출에 사용한다는 조건 아래 시중은행에 4년 만기로 자금을 빌려주는 이 프로그램은 2014년 9월 첫 입찰이 시행된 제도로서 애초 6월 종료될 예정이었다.

ECB는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TLTRO 대출 조건으로 제시해 강력한 돈 풀기 의지를 확인했다.

이번 정책금리 패키지 인하와 양적완화 확대 처방은 기대보다 크게 낮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고 저성장 흐름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시장은 이 회의에 앞서 ECB의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확대 가능성을 일찌감치 점쳤으나, 그 폭을 두고서는 관측이 엇갈렸다.

이 점에서 ECB의 이번 발표는 정책금리 모두를 내리는 동시에 양적완화 규모를 키우고 채권 매입 대상도 늘리는 '총동원형'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전망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이날 결정된 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지만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원론을 밝혔다.

드라기 총재는 만장일치가 아니라 압도적 찬성으로 정책이 결정됐다고 소개하고 유로존 다수 국가는 인프라 투자 확대, 구조 개혁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매입 대상에 포함된 회사채는 2분기 말부터 사들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분기별로 발표하는 유로존 물가상승률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모두 낮췄다.

ECB 발표를 보면 올해 유로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1.0%에서 0.1%로 크게 내려갔다.

같은 기준으로 2017년은 1.6%에서 1.3%로 조정되고, 2018년은 1.6% 수치가 처음 제시됐다.

GDP 증가율 예측치는 올해의 경우 종전 1.7%에서 1.4%로 내려가고 2017년은 1.7%로 유지됐으며 2018년은 1.8%로 제시됐다.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