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았으면 2월 말부터 ‘승진 턱’ 낸다고 식당가가 북적였죠. 요즘은 저녁 회식이 사라진 지는 오래됐고 점심시간에도 통 밖에 나오질 않네요.”

서울 양재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51)은 지난 9일 점심시간 무렵 한 대형 빌딩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사장은 “주변 중소기업 직원들도 값이 싼 대기업 구내식당에 가서 점심을 해결한다”며 “이들만 바라보고 영업하던 주변 10여곳 식당 중 절반 가까이가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불황의 불똥이 자영업체로 튀고 있다. 대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기업체 인근 상가들이 특히 타격을 입고 있다. 특정 업종 때문에 성장한 ‘기업도시’에서는 자영업자들이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조선업 경기 불황 직격탄을 맞은 경남 거제에선 작년 9월부터 연말까지 1600곳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 인천 남동산업단지 인근 상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동산단 관계자는 “회식이 사라진 식당가뿐만 아니라 공단 기업에 공구류를 납품하는 업체도 주문량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업 등 소매업도 무너지고 있다.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4분기 의류·신발 구입비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하는 등 소비심리는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다. 대전 은행동 의류업체 B사장은 “이면도로 매장들은 공실이 많아 도심 공동화 현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맞벌이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가사도우미 서비스도 최근 이용자가 급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의 가사용품 및 가사서비스 지출은 전년 대비 10.7% 줄었다. 전국가사노동협회 관계자는 “3월 초는 개학과 함께 신규 고객이 증가하는 시기인데 올해는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기존 고객 중에서도 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폐업하는 점포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사용하던 집기류나 인테리어 용품을 일괄 매입하는 ‘폐업 컨설팅’ 서비스도 성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일부 집기류를 싼값에 떼어가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이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나왔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재창업을 위한 컨설팅이 아니라 아예 사업을 접기 위한 컨설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어렵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강진규/박상용 기자 josep@hankyung.com